[트럼프 취임] 中, '좋은 출발' 기대감 속 우려도…일단 분위기 전환 시도

연합뉴스 2025-01-21 17:00:22

트럼프-시진핑 통화 등 '긍정적 모습' 부각…트럼프 '틱톡 제안' 수용 움직임도

관영매체 "美제재, 정말 효과적인가" 자신감…美에 '불신 속내' 감췄다는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CG)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한 가운데, 중국은 일단 미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하면서도 미국 새 행정부의 관세 인상 등 강경한 대(對)중국 스탠스에 긴장하며 우려를 풀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 선호적 성향에서 미중 간 '타협'의 기회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그의 '진의'를 파악해야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다른 한편으로는 '트럼프 1기' 이후 첨단 기술과 국제 무대 영향력 등 역량을 늘린 중국이 4년 만에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예고에도 일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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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은 긍정적 출발…"거래 선호 트럼프와 '中핵심이익 불간섭' 교환 가능"

중국의 첫 메시지는 '좋은 출발'이다. 경제·안보 포위망을 촘촘하게 펼쳤던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다른, 예측 불가의 새로운 '판'이 열렸으니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중국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지난 17일 전격적으로 성사된 미중 정상 간 통화를 긍정적 흐름의 시작으로 강조하고 있다.

중국 정부 발표문은 이번 통화가 트럼프 대통령 측 요청으로 이뤄졌음을 의미하는 '잉웨'(應約·약속에 응하다)라는 표현을 썼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위대한 관계를 매우 소중히 생각한다", "계속 대화와 소통을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되도록 빨리 시 주석과 만나기를 기대한다", "미중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항구적 우호를 유지하면서 함께 세계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역 균형과 '좀비 마약'으로 알려진 펜타닐, 틱톡 등 미중 갈등 현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한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 측은 대만 문제 외에는 구체적인 쟁점을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중미 관계가 새로운 출발점에서 더 큰 진전을 얻도록 추동할 용의가 있다", "양국 사이에는 광범한 공동이익과 드넓은 협력 공간이 있어 파트너·친구가 될 수 있고, 상호 성취와 공동 번영으로 양국과 세계를 이롭게 할 수 있다" 등 시 주석의 긍정적 언급을 상세하게 나열했다.

중국중앙TV(CCTV)는 20일 논평 '중미 관계의 좋은 출발을 기대한다'에서 "중국과 미국이 라이벌인가 파트너인가. 이것은 중미 관계의 방향에 관계된 근본적인 문제"라며 "미국 새 정부가 올바른 대중국 인식을 세우고 중미 관계의 첫 단추를 잘 끼우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임기 막바지까지 첨단 기술 제재 등 중국 압박의 고삐를 놓지 않던 전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선을 그으며 '새 출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중국의 긍정적 제스처는 트럼프 2기 미중 간 첫 쟁점으로 떠오른 틱톡 문제에서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틱톡의 중국계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와 미국 기업이 합작 법인을 만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기업의 운영·인수 등 행위에 대해서라면, 우리는 시종 시장 원칙과 기업의 자주적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만약 중국 기업에 관계된 것이라면 중국의 법률·법규에 부합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간 미국의 '틱톡금지법'과 운영 제한 움직임을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반발해온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면서 '체면'을 세워준 셈이다.

류웨이둥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은 21일 신경보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거래를 좋아하는데, 이는 그의 요구를 일부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거래함으로써 그가 다른 영역에서 과도하게 중국 핵심이익에 도전하지 않도록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해준다"며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는 최선을 다해 본인의 한계선을 모호하게 유지하면서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놓고 일종의 '비이성적' 퍼포먼스로 목적을 이룰 것"이라고 짚었다.

왕지쓰 북경대 국제전략연구원장은 지난 12일 토론회에서 "트럼프는 부동산 거래업자 출신이기 때문에 거래를 전략으로 삼는 데 익숙하다"며 "우리는 그에게 속아서는 안 되고 그가 결국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하고 싶더라도 해낼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트럼프는 현재 국내 문제를 가장 우려하고 있고 중미 관계로 와서 거래하기에는 아직 이르므로 우리는 지켜보며 기다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한 속내를 감춘 채 일단 미국에 겉으로만 맞춰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세등등하게 출범한 트럼프 2기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이익을 얻어내려고 노력하겠지만 향후 양측 갈등이 본격화하면 공격적 본색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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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발전하고 국제무대 목소리 커진 中…맞대응 속도 높이며 '자신감'

트럼프 1기의 혹독한 무역 전쟁을 겪은 중국은 4년 사이 신장된 첨단 기술 역량과 외교적 영향력으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CCTV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위위안탄톈'은 지난 13일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 정책 '최종판'이 발표되자 "이 빈틈 없는 그물(天羅地網)로 보이는 제재 시스템이 정말 효과적인가"라며 미국 제재 속에서도 지난해 중국 집적회로 수출액이 1천595억달러(약 229조원)로 휴대폰(1천343억6천만달러·약 193조원)을 뛰어넘는 최고 단일 수출 상품이 됐고, 14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전 대통령 시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펼쳐진 중국 규제가 본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미국 상무부의 업무 과부하와 논리적 딜레마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내수·부동산시장 침체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온 60% 고율 관세까지 맞는다면 경제 전반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최근 중국의 맞대응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에서 나름의 자신감을 읽어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무역·기술 제재를 하더라도 보복에 신중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잇단 통제 조치에는 하루이틀 안에 미국을 겨냥한 응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작년부터 부쩍 국내 자원 탐사에 열을 올리고 희토류 등 전략 광물 수출 통제 리스트를 가다듬은 점이 미국에 대응하는 또다른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 영역 대응도 주목된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와 개발도상국들의 구심점을 자처하며 유엔(UN)·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다자 기구와 브릭스(BRICS)·상하이협력기구(SCO) 등 서방 진영과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국제 연대체, 중동·동유럽·아프리카 등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4년 전보다 훨씬 커졌다.

중국은 최근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보편적으로 이로운 경제 세계화', '진정한 다자주의' 등을 구호로 내세우는 한편 우크라이나·가자 전쟁에서 미국의 태도를 비판하며 글로벌 거버넌스에 관여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고립주의적 기조를 잡는다면 중국으로서는 국제 정치적 활동 공간이 더 넓어지는 셈이기도 하다.

당장 중국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각각 재탈퇴하는 행정명령을 내리자 자국이 미국보다 낫다는 근거로 다자주의를 들기도 했다.

중국이 트럼프 2기가 더 강고해진 미국 우선주의를 실제 정책으로 옮길 경우 피해가 예상되는 한국·일본 등 미국 동맹국에 먼저 손을 내미는 등 '갈라치기 외교 전략'을 구사하는 점도 주목된다.

류 연구원은 "경제·무역·과학·기술 영역 외에 트럼프는 중러 관계·중일한(한중일) 관계·북핵 문제 등 지정학 방면에서도 중국을 도발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만 문제에서 트럼프는 대만에 미국 무기 구매와 대미 투자 증대를 요구할 수 있지만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했을 때 미국이 파병할지 문제에서는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에서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 만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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