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잉거 발레, 아시아 초연…"내년까지 예술감독 선임"
오페라단 창단 40주년 '아이다'…크리스마스 캐럴 창작뮤지컬도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검증된 레퍼토리(상시 공연할 수 있는 극장의 고유 작품), 확실한 설득력이 있는 작품으로 올해 승부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21일 서울 노들섬 서울시발레단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년 시즌 사업발표회'에서 "올해를 준비하며 가장 큰 걱정은 경제적 불황과 소비 심리 위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안 사장은 "이럴수록 관객들은 확실한 소비 아이템에 집중하는 것 같다"며 차별화된 레퍼토리를 올해의 주된 작품 방향으로 내세웠다.
올해 세종문화회관이 선보이는 레퍼토리 작품은 총 11편이다.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화제를 모은 서울시극단의 연극 '퉁소소리', 뉴욕 링컨센터서 전회차 매진을 기록한 서울시무용단의 '일무',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 등이다.
4년 연속 매진을 기록한 서울시합창단의 '핸델, 메시아', 방송인 이금희가 해설을 맡은 '가곡시대', 서양 악기와 국악관현악이 어우러지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믹스드(Mixed) 오케스트라의 '넥스트 레벨', 서울시발레단의 '캄머발레' 등도 레퍼토리로서 무대에 오른다.
세종문화회관의 '제작극장 선언'에 맞춰 예술단은 다양한 신작도 선보인다. 올해 세종문화회관 시즌 공연 29편 중 86%인 25편을 예술단 작품으로 구성하는 등 예술단 중심 기조를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발레단은 요한 잉거의 '워킹 매드'와 '블리스' 두 작품을 아시아 최초로 공연한다. 요한 잉거는 '무용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우수 안무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안무가 중 하나다.
오하드 나하린의 '데카당스'도 선보인다.
영국국립발레단 리드 수석 이상은,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수석 최영규가 올해 발레단 객원 수석으로 함께한다.
서울시발레단은 국내 유일의 공공 '컨템퍼러리(contemporary) 발레단'을 표방하며 지난해 창단했다.
안 사장은 "한국에서 컨템퍼러리 발레단이 생긴 데 대해 국제 발레계의 관심이 엄청 뜨겁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올해 중 예술감독 선임을 위한 공식 기구를 구성하고 해외 발레계를 접촉하는 등 국내외에서 적임자를 찾는 과정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발레단 예술감독은 경영 능력과 국제 발레계와의 네트워크,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 늦어도 내년 하반기까지 선임할 계획이다.
서울시무용단은 서양 철학 개념 '미메시스'를 바탕으로 한 작품 '미메시스'를 공연한다. 우리의 전통을 어디까지 모방(미메시스)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무대로,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파이터'에서 화제를 모은 기무간 무용수가 객원으로 참여한다.
한국 춤의 뿌리인 장단과 속도를 변주한 '스피드'도 무대에 올린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창단 40주년을 맞은 올해 '소망'이라는 주제로 작품들을 준비했다. 베르디의 명작 '아이다'와 인기 공연 '오페라 갈라'를 공연하고 야외 오페라로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광화문광장에서 선보인다.
서울시뮤지컬단은 우리나라 최초의 뮤지컬 탄생 과정을 담은 코미디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를 신작으로 무대에 올린다.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바탕으로 만든 가족 뮤지컬을 공연할 계획이다.
서울시관현악단은 창단 60주년을 맞아 공연 '헤리티지'를 개최한다. 영화 '올드보이'의 주제가를 만든 이지수 작곡가 등이 함께한다.
서울시극단은 연극 '유령'과 '코믹' 등을, 서울시합창단은 '여름 가족 음악회' 등을 개최한다. 여름에는 새로운 예술가들의 실험과 도전을 소개하는 '싱크 넥스트(Sync Next)' 공연을 선보인다.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관객의 확실한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공연 경험의 깊이를 더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무대에 눕거나 앉아서 작품 속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청음회, 국악관현악단 공연 전날 유명 요리사의 만찬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 세종문화회관 구독 서비스 등이 그 일환이다. 더현대서울과 협업해 '해리포터 팝업 공간'도 운영한다.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도 진행 중이다. 이에 맞춰 대극장, 챔버홀 등 기존 세종문화회관 시설의 리모델링도 계획하고 있다.
안 사장은 "(제2세종문화회관으로) 이전한 다음에 세종문화회관을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서울시와 스케줄 일정을 맞췄다"며 "1970년대 세종문화회관이 누렸던 예술적 입지를 다시 찾아가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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