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석유·LNG 시추 확대계획에 운송선박 수요도 급증할 듯
韓조선, LNG 운반선 독보적 경쟁력…빅3 조선업체 수혜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석유·천연가스 시추를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에너지 정책 기조를 밝히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또다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는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중단된 에너지 수출 프로젝트가 재개된다는 뜻으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어 나를 운반선 시장도 활성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중 LNG 운반선은 한국 조선업계가 독보적 경쟁력을 가진 분야로, K조선이 선박 및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이어 '트럼프 호재'를 맞은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를 마음껏 시추할 것"이라며 "우리는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많은 양의 석유와 가스를 활용해 물가를 낮추고, 미국 에너지를 전 세계에 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 확대를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내세운 것으로, 이로써 전임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수출 제한 정책은 전면 수정됐다.
바이든 정부는 환경파괴와 미국 경제 악영향을 이유로 신규 LNG 수출 허가를 동결하는 등 에너지 수출을 제한해왔다.
이러한 에너지 정책 대전환에 따라 알래스카 북극 야생보호구역과 연방 소유 토지에서 석유 및 가스 시추가 재개되고, 석유, 천연가스, 전력 등 에너지 정책을 감독하는 '국가에너지위원회'도 곧 설립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에너지 수출국으로는 유럽연합(EU)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공급받고 있는 유럽에 미국산 석유와 가스 구매를 압박하고, 불응 시 관세 인상으로 대응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러한 트럼프 정부 에너지 정책으로 국내 조선업체는 선박 및 군함 MRO에 이어 또다시 호재를 맞았다.
에너지 수출을 위해서는 원유와 LNG를 운송할 선박이 필요한데 한국은 특히 LNG 운반선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LNG 운반선은 영하 163도 이하로 온도를 유지하고 기체로 소실되는 양을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술력을 한국이 독점하고 있어 경쟁국인 중국이 쉽사리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또 LNG 운반선은 지난해 말 기준 선가가 2억6천만달러로,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더불어 가격이 가장 비싸다. 그만큼 국내 조선업체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여기에다 미국의 LNG 에너지 수출 규모는 2016년 76만7천t에서 2023년 9천120만t으로 급증했다. LNG 수출 증가 속도는 트럼프 에너지 정책을 등에 업고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국내 조선 '빅3'로 불리는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이러한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3년간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173척의 30%인 91척을 수주했다.
LNG 운반선 발주량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2022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44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LNG 운반선의 수주잔고(남은 건조량)가 84척, 191억달러(27조8천억원)에 달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에서 대형 LNG운반선을 가장 많이 수주 및 인도(191척 인도· 71척 건조)한 업체다. 대형 LNG운반선 4척 중 1척은 한화오션이 만든 셈이다.
여기에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중국 견제 조치로 향후 미국이 발주할 LNG 운반선은 한국이 독점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한국이 부유식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해양 설비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것도 미래를 밝게 한다.
산업연구원 이은창 연구위원은 "LNG 운반선 시장, 수출용 터미널 등의 분야에서 한국 조선이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며 "걸프만이나 멕시코만 시추 프로젝트가 활발해질 경우 해양 설비에서도 호재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