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지역 주민·노인들 어려움 커…앱 써도 정시성에 문제
울산시, 매주 운행횟수·배차시간표 조정해 '안정화' 총력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불편하네요."
울산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 한 달째인 21일 오전 7시 30분께 찾은 남구 삼산동 시외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
시내버스 노선과 번호가 대대적으로 정리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승객들의 혼란은 여전해 보였다.
몇몇 시민은 어느 버스를 타야 원하는 목적지에 갈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정류장 내부에 부착된 노선도를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한 시민은 노선별 도착 정보를 알려주는 버스정보시스템 화면에 자신이 타야 하는 버스가 25분 뒤에나 도착하는 것으로 표시되자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능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시내버스에 올라타 기사에게 노선 정보를 물어봤다가 도로 내리기를 반복했다.
◇ 외곽 주민은 2∼3배 오래 기다리고, 노인들은 여전히 노선 혼동
이날 만난 대부분의 시민은 오랫동안 적응했던 노선이 갑자기 한 번에 바뀐 만큼 아직은 혼란스럽다고 털어놨다.
남구 야음동에 거주하는 50대 이 모 씨는 "조금씩 바꿨으면 천천히 적응했을 텐데, 번호가 아예 싹 바뀌는 바람에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 모르겠다"며 "앞자리 숫자를 기준으로 '명촌은 7', '덕신은 5' 같은 식으로 천천히 외우고 있지만 아직 내가 타야 할 노선을 다 익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버스 노선이 비교적 많이 줄어든 외곽 지역 주민이나 모바일 앱 사용이 서투른 노인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동구 방어동에 거주하는 60대 박모 씨는 "번호가 헷갈려서 타야 할 버스를 그냥 보내기도 하고 주변에 물어봐도 다들 잘 모르니까 너무 불편하다"며 "동구로 가는 버스도 많았는데 이제 딱 3개밖에 없어서 기다리는 시간도 2∼3배 정도 길어졌다"고 토로했다.
북구 매곡동에 거주하는 김 모(72) 씨는 "집에서 남구 삼산동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는데 개편 이후 없어져 버렸다. 아직도 몇 번 버스를 타야 백화점에 바로 갈 수 있는지 모른다"며 "앱은 볼 줄도 모르고 버스 기사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 청년들은 운행 정시성 주로 지적…일부는 긍정 의견도
버스정보 앱 사용에 능숙한 청년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바일 앱에 나타나는 운행 시각과 실제 운행 시각의 차이를 개선하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매일 북구에서 남구로 출퇴근하는 전소현(38) 씨는 "명촌 차고지에서 출발해야 하는 버스가 한참을 지나도 출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퇴근길 버스가 예정 시간보다 40분이나 지나고 와서 환승 가능 시간을 놓쳐버려 돈을 한 번 더 내고 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남구 무거동에 사는 직장인 김 모(25) 씨도 "배차간격이 넓어지고 정시성이 안 지켜지는 게 제일 불편하다"며 "버스가 제때 오지 않으니까 요즘은 늦게 올 걸 예상해서 집에서 더 빨리 출발하기도 한다"고 했다.
일부 시민은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태화강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20대 여성은 "처음엔 좀 불편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돼서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40대 직장인 윤모씨는 "울산이 아무래도 교통 면에서 좀 낙후된 면이 있다"며 "지금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방향성 자체는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울산시, 불편 해소 응급조치…"운행 횟수·배차시간표 매주 조정"
울산시는 시민들의 불편 민원이 잇따르자 일부 노선의 운행 횟수와 시간대를 조정하는 등 응급조치에 나섰다.
먼저 승객이 몰리는 출근길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경유하는 3개 노선(114·118·134번)의 출근 시간대 운행 횟수를 1∼3회 늘렸다.
운행 지연·결행을 방지하기 위해 명촌 차고지를 기·종점으로 하는 5개 노선의 운행 횟수 조정 등을 포함한 '운행 횟수 최적화' 조치도 시행했다.
2차 운행 횟수 최적화 조치도 오는 23일 시행된다. 11개 노선의 운행 횟수와 3개 노선의 배차 시간표를 조정할 예정이다.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선 주요 정류소에 목적지별 노선 안내문 부착, 차량 전면에 운행 방면 표식 부착, 경로당 방문노선 개편 안내 등을 추진한다.
울산 버스정보 모바일앱은 메뉴 명칭 변경, 아이콘 확대 등을 통해 보다 쉽게 환승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버스길찾기' 메뉴에서 출발지·목적지 검색이 가능하도록 했다.
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정시성을 개선하고 시민들에게 좀 더 나은 시내버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매주 운행 횟수 및 배차시간표를 조정하는 등 안정화 작업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지난달 21일 첫차부터 전면 개편한 시내버스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1997년 울산의 광역시 승격 이후 처음 이뤄진 전면 개편이었다.
이번 개편으로 기존 183개 노선 중 83개 노선만 기존대로 운영되며, 나머지 100개 중 75개는 변경되고 25개는 폐지됐다. 없어진 노선 보완을 위해 순환노선, 다람쥐노선 등 22개 노선이 신설됐다.
변경된 노선은 울산시 홈페이지 노선 검색 코너(www.ulsan.go.kr/bus)나 울산 버스정보 모바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jja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