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홈페이지 시민 항의 빗발…민주 국회의원·시의원 "책임 묻고 사직해야"
시의원 "집회 참가자 빨갱이 발언에 하소연하듯 말하다…사과할 이유 없어"
(김해=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김해에는 빨갱이가 많습니다. 그래서 의정활동 하기 상당히 힘듭니다.", "빨갱이 많다고 했던 김해에서 우리 자유 우파 대한민국 애국 보수의 힘을 펼칠 수 있도록 더 도와달라."
국민의힘 소속 경남 김해시의원 2명이 지난 19일 창원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발언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발언을 한 해당 시의원은 김해시의회 운영위원장인 이미애 의원과 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김유상 의원이다.
두사람은 해당 집회에서 단상에 올라 '빨갱이' 발언을 했고 이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의원들의 이러한 발언이 알려지자 김해 시민들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김해시의회 홈페이지 '의회에 바란다'에 "더 이상 빨갱이라는 말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시민이 조롱당하고 있다. 시의원 2명은 시청 앞에서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 김해를 떠나야 한다"는 시민들의 항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한 시민은 "김해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 모욕주지 말고 정직하게 세금 꼬박꼬박 내고 열심히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김해시민을 욕되게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대다수 국민은 무시하고 나만 옳다고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일부 무리, 그 수장 때문에 김해 빨갱이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반발은 지역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김해을) 국회의원은 "(국힘 시의원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이번 폭동 사태를 두둔했을 뿐만 아니라 김해에 빨갱이가 많다는 막말을 했는데 이번 사태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의 갈등을 조장한 정치인들에 대해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김해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김해시민을 극우세력들 표현을 빌려 빨갱이라고 비하했다"며 "김해시민을 빨갱이라며 색깔론으로 덮어씌운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해야 할 것이며 노조에 간첩이 있다는 말도 구체적인 팩트를 가지고, 소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의원들은 의원의 품위유지를 훼손한 두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하기로 하고 이 의원의 의회운영위원장 사직과 김 의원의 원내대표 사직을 촉구했다.
시의원들은 해당 시의원 2명 외 나머지 국힘 소속 시의원 13명과 홍태용 김해시장도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당 당원과 시민들도 함께 참석해 "내란에 동조하고 시민을 빨갱이라며 색깔론을 덮어씌운 시의원들은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총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오는 22일 해당 시의원들에 대한 비판 기자회견을 예고하는 등 발언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미애 의원은 "당시 집회에 한 참가자가 '김해에는 빨갱이가 많다'고 소리를 쳐 하소연하듯 말하다 발언하게 된 것"이라며 "빨갱이 발언이 뭘 잘못했느냐. 이 발언에 대해선 국민이나 시민이 판단할 것으로 보며 현재로서는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유상 의원은 "직접 빨갱이라고 표현하지 않았고 당시 집회 참가자가 자꾸 김해를 빨갱이라고 해 그래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더 듣고 도와달라는 취지에서 부언하다 이 말이 나온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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