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백악관 복귀 첫날 김정은과 친분 과시하며 대화재개 가능성 시사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며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그의 입장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2017∼2021년) 초기에는 거친 수사를 동원하며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극도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4차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는 "이 미치광이(maniac)가 더는 핵을 갖고 장난을 못 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입성 이후인 2017년 8월에는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김 위원장을 '로켓맨'(rocket man)으로 부르면서 "로켓맨은 자신과 그의 정권에 대해 '자살임무'(a suicide mission)를 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11월에는 정신병자를 뜻하는 '병 든 강아지(sick puppy)'라는 수사까지 꺼내들었다.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 '노망난 늙은이', '불망나니', '깡패' 등 표현으로 비난하며 호전적 언사를 쏟아냈고, 미군 기지가 있는 괌에 대한 공격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특히 2018년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는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위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현 엑스)를 통해 "나한테도 핵 단추가 있고, 그의 것보다 훨씬 크고 강력하다는 점을 누가 그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면서 "게다가 내 핵 단추는 작동한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신공격성 설전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해빙무드가 조성되면서 갑작스레 중단됐고, 이후 양측은 급격히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확정되자 김 위원장을 향해 "매우 많이 열려 있고 매우 훌륭하다"고 극찬하는 모습을 보였고,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뒤에도 김 위원장과 서한을 주고받으며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왔다.
당시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의 해체를 핵심카드로 제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이외의 비밀 핵시설의 존재 등을 거론하며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면 협상을 할 이유가 없다며 협상장을 나와 버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2024년 7월 18일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 수락연설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대선에 승리해 백악관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일 집무실에서 "그들은 그게(북한이) 엄청난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는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다. 우리는 잘 지냈다. 내가 돌아온 것을 그가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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