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상폐 제도개선에 일각 우려도…"선의의 피해자 없어야"(종합)

연합뉴스 2025-01-21 15:00:13

기준 기계적 적용시 우량기업 퇴출 가능성 지적…유예기간 필요성 제기

"코너스톤투자자·사전수요예측 제도 필요" 제안…금융위도 관련입법 추진

IPO·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 축사하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금융당국이 '좀비기업'의 증시 퇴출을 가속화하고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하는 한편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을 확대하는 등 기업공개(IPO)·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공개한 데 대해 선의의 피해가 없도록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반응이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21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과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공동세미나'를 공동 주최하고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이번 제도개선안을 공개했다.

세미나 이후 패널 토론에 나선 김준만 코스닥협회 상무는 코스닥시장 상장 유지 시총 기준을 300억원으로 높인 데 대해 "코스닥 상장사 A사는 3년간 매출액이 700억원대, 순이익이 60억원대를 기록할 정도로 건실하지만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해서 시총이 300억원에 못 미치고 있다"며 "코스닥 시장의 경우 실제 기업가치가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준에 따르면 정상적이고 잠재력 있는 기업도 상장폐지 가능성 있다"며 "시총 기준을 일부 낮추거나 상장폐지 시 이의 신청 기회를 부여하는 등 우량기업과 한계기업을 솎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춘 상장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이번 제도 개선 방향에 공감한다면서도 "매출액이나 시총 기준 미달로 퇴출되는 기업이 경우에 따라 수익성에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며 우량기업에 대한 퇴출 유예기간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코스피 시장에서 퇴출되더라도 퇴출로 끝낼 게 아니라 코스닥이나 코넥스 시장으로 유도하는 절차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경영진의 배임·횡령 등 상폐 사유에 대해서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기 전 상폐 절차가 진행되는 데 따른 불확실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창 KB증권 본부장은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률이 낮으면 주관사 부담이 커진다"며 "이럴 경우 주관사는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관사 수익성이 나빠지면 IPO 인력 유치 등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주관사 수익성을 배려할 방안도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IPO·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 축사하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날 세미나에선 IPO 시장 제도개선을 위해 추가로 '코너 스톤 투자자 제도'와 '사전수요예측 제도'를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도 나왔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일정 기간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투자자에 사전 배정을 허용하는 제도다. 사전수요예측 제도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수요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IPO 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최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증가는 제도변화, 단기차익 기대심리 등에 기인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런 기관투자자 증가가 수요예측 단계부터 공모주 과열 양상을 초래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홍콩, 싱가포르, 유럽 등지에서 성공적으로 도입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의 국내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불확실한 공모주 또는 IPO 시장 침체 상황에서도 투자 유치의 불확실성을 축소할 수 있다"며 "대형 기관투자자의 가격정보 제공으로 인한 가격발견 기능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공모 배정 물량의 보호예수에 따른 시장의 안정화도 기대 효과로 들었다.

사전수요예측 제도로서 TTW(Testing the Waters) 또는 파일럿 피싱(Pilot Fishing) 제도 역시 참고할 만한 사례로 언급됐다.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 전 적격 기관투자자와 소통해 IPO 수요를 판단할 수 있도록 2019년부터 TTW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의 TTW와 유사한 파일럿 피싱 제도를 통해 IPO 전 일부 기관투자자와 시장 선호를 평가하고 공모가를 조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한다고 이 연구원은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와 사전수요예측 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날 금융위는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IPO·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공개하면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와 사전수요예측 제도 도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법안 발의를 추진하고 이후 세부 사항을 하위법령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