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혼돈과 공백속에 맞은 '트럼프 스톰'

연합뉴스 2025-01-21 12:01:39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비상계엄 사태 후 탄핵심판 정국으로 극도의 혼돈과 공백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질서의 재편을 가져올 미국 트럼프 2기가 시작됐다. 20일(현지시간)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미국의 황금 시대는 이제 시작된다"면서 "나는 트럼프 행정부 임기 중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우 단순히, 미국을 최우선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질서와 세계 안보, 동맹과의 동반 성장, 국제협약에 따른 초강대국의 책임 등을 무시한 채 오롯이 '미국만의 이익'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이다.

트럼프, 47대 美대통령 공식사진 공개

트럼프는 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부르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을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도 상원 제출 답변서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해 논란을 불렀다. 트럼프 정부의 이런 인식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했던 기존 미국의 대북정책이 중대 변화를 맞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이 밖에도 트럼프는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하고 석유시추와 에너지 수출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는 다음 달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적자 해소와 관세 인상을 위해 무역시스템을 재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자국 내 일자리를 차지하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가 하면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에 대한 노골적인 야욕도 드러냈다. 모두 미국의 이익을 위해 기존 질서와 정책을 뒤집고 인접국을 압박하는 '미국 우선주의'의 산물이다.

선서하는 트럼프. [AP=연합뉴스]

이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는 안보와 외교, 경제, 통상, 환경, 이민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존 국제질서에 메가톤급 격변을 초래할 폭풍이다. 더구나 트럼프는 전날 연설에서 "역사적인 속도와 힘으로 행동하고 우리나라가 직면한 모든 위기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던 것처럼 강력한 권력을 바탕으로 한 속도전을 예고했다. 의회를 통하지 않는 행정명령과 비상사태 선포를 동원했다. 더구나 무리한 정책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자제시킨 '어른들의 축'이 있었던 1기 행정부와 달리 2기 행정부는 트럼프에 절대 충성하는 강경파 '예스맨'들로 채워져 폭주를 막아줄 장치도 사라졌다.

행정명령 서명하는 트럼프.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세계질서의 격변이 시작됐지만 우리는 비상계엄 이후 극도의 정치적 혼란으로 외교·안보·경제 등에서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지적처럼 경기 부진에 계엄사태 후폭풍과 트럼프 2기 출범 등의 충격에 직면한 상태다. 그동안 트럼프는 수차례에 걸쳐 한국을 '부자 나라'로 지칭하며 방위비 분담 확대를 주장해왔다.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만큼 이를 축소하기 위한 각종 무역압력이 가중될 공산도 크다. 더구나 고금리·강달러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로 소비·투자가 위축되고 경제성장 전망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조선산업의 기회에서 보듯 트럼프 2기에도 우리의 대응에 따라 성장과 기회는 있을 것이다. 내부 공백을 신속하게 극복하고 외부에서 몰아치는 '트럼프 스톰'의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모든 정책과 역량을 집중할 때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