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계부터 부정선거설까지 선동성 발언 진위 검증
"공식 취임사는 애매한 말 위주, 두번째 연설은 속사포 거짓말"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로툰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공식 취임사를 한 후 자리를 옮겨 의사당 단지 내 노예해방홀을 찾아 두 번째 연설했다했다.
AP통신, 로이터통신, 일간 뉴욕타임스(NYT), CNN 방송 등 주요 언론매체들은 트럼프의 두 차례 연설에 듣는 사람을 오도하거나 사실관계가 아예 그릇된 곳이 여러 군데 있다고 지적하며 당일 팩트체크에 나섰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는 "허위주장을 조금만 하고" 애매한 말과 주관적 주장과 점검 불가능한 약속 위주로 얘기했으나, 두 번째 연설에서는 "특유의 속사포식 거짓말 패턴"으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트럼프가 취임 당일 두 차례 연설에서 했던 주장('--'로 표시)과 그에 대한 주요 매체들의 팩트체크 결과('▲'로 표시)를 요약해 정리한 것이다.
-- (트럼프 취임사) "기록적인 물가상승을 극복하고 비용과 물가를 빠르게 낮출 수 있도록, 내각의 모든 구성원에게 그들이 행사할 수 있는 방대한 권한을 동원하도록 지시하겠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물가상승이 '기록적'이었다고 주장.
▲ (AP) 바이든 집권기의 월별 최고 물가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2022년 6월의 9.1%, 월별 최저 물가상승률은 2020년 5월 0.1%였다. 작년 12월 물가상승률은 2.9%였다.
1980년에는 물가상승률이 14%를 넘기기도 했다.
(CNN) 2022년 6월 물가상승률 9.1%는 40년 만에 최고 기록이라고 할 수는 있다. 다만 역대 최고 기록인 1920년의 23.7%에는 한참 못 미친다. 트럼프 발언 당시 가장 최근의 물가상승률 집계치는 작년 12월의 2.9%였다.
-- (트럼프 취임사)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
▲ (로이터) 거짓이다. 파나마 운하의 관리는 파나마 정부 산하 기관인 '파나마 운하 관리청'(Panama Canal Authority)이 한다. 홍콩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산하 사업부가 파나마 운하(의 5개 주요 항구 중) 양쪽 끝에 있는 발보아와 크리스토발 등 2개 항구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 기업은 중국 정부와 재무적 관련이 없다.
(CNN) 파나마 운하와 그 주변의 인프라에 대해 중국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타당한 의문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기업의 자회사가 1990년대에 경쟁입찰로 운영권을 따내 운하 양쪽 끝에 항구 1개씩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운하 자체는 1999년 미국이 파나마에 운영권을 넘긴 이래 파나마 운하 관리청이 운영하고 있다. 청장, 차장, 11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전원 파나마 정부가 임명한 파나마인들이다.
2개를 제외한 다른 항구들은 중국 기업이 아닌 회사들이 운영하고 있으며 그 중 한 곳은 미국과 파나마의 합작회사가 운영한다.
-- (트럼프 2차 연설) 트럼프가 조 바이든에게 진 2020년 대통령 선거가 "완전히 조작됐다"고 주장
▲ (CNN) 거짓말이다.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진 것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서였다.
(NYT) 증거가 없는 주장이다.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2020년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낸 64건의 소송들을 저명한 보수성향 공직자들이 검토했으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체적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AP) 선거는 조작되지 않았다. 트럼프 본인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당국자들은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검표로도 바이든의 승리가 확인됐으며 결과에 불복하는 소송이 제기됐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 (트럼프 2차 연설) 민주당이 2024년 선거도 조작하려고 시도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주장
▲ (CNN) 이것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 (트럼프 2차 연설) "우리는 앨라배마에서 48포인트 차로 이겼다"고 주장
▲ (CNN)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사이의 실제 득표율 격차는 30.5%였다.
-- (트럼프 2차 연설) 2021년 1월 6일 연방의회 의사당 폭동 때 질서 유지를 위해 주방위군(National Guard) 1만명을 배치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낸시 펠로시 당시 연방하원 의장이 거부했으며 펠로시의 딸이 녹음한 테이프에 이를 입증하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
▲ (AP) 폭동 발생 전에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자신이 명령권을 가진 워싱턴DC 주방위군을 의사당에 보낼지 여부에 관한 논의에 참여한 적은 있으나, 폭동 발생 전이아 폭동이 진행되는 동안 명령을 내리거나 공식 요청을 한 바는 없다.
주방위군 투입 요청을 할 수 있는 의회의사당 경찰위원회는 폭동 발생 전에는 투입 요청을 하지 않았고 발생 후에야 요청했으며, 실제로 주방위군이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몇 시간 후였다.
(CNN) 워싱턴DC 주방위군 지휘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며, 다른 사람의 승인은 필요 없다.
펠로시의 딸 알렉산드라가 공개한 영상에 펠로시가 "좀 더 철저히 대비하도록 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책임이 내게 있다"고 말하는 부분은 있으나 트럼프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내용은 아니다.
펠로시는 이 영상에서 "애당초 처음부터 주방위군이 없었던 이유가 뭐냐?"고 하는데, 이는 트럼프의 주장과 상충된다.
(NYT) 증거가 전혀 없는 얘기다.
폭동 경위에 대한 하원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폭동 발생 전 며칠간 주방위군 배치를 논의한 적은 있지만 그것은 자신과 자신의 지지자들을 반대 시위자들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었을 뿐 의사당을 보호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고, 당시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의 증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배치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거나 명령한 적도 없다.
-- (트럼프 2차 연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살인자 33명을 사면해줬다"
▲ (AP통신) 바이든이 작년 12월 23일 일부 연방 사형수들에게 내린 조치는 '사면'이 아니라 '감형'이며, 대상은 33명이 아니라 37명이다.
-- (트럼프 2차 연설) 집권 1기에 멕시코에 인접한 남쪽 국경 장벽 571마일(919㎞)을 쌓았다고 주장
▲ (CNN) 공식 정부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1기 때 지어진 장벽은 총 458마일(737㎞)이다. 이는 종전에 장벽이 없었던 곳에 새로 세워진 경우와 과거에 있던 장벽을 대체하는 장벽을 만든 경우를 모두 합한 것이다.
limhwas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