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서 멕시코 중요성 커져…불법 이민·펜타닐 단속 보조
협상 난항시 중국과 밀착할수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멕시코가 '폭탄 관세' 부과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 예고한 대로 멕시코·캐나다에 관세 25%를 다음달 1일 부과할 계획임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승리 직후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방지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임 당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멕시코가 트럼프 1기 이후 두 번째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와의 협상 경험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최근 양국의 상호의존성 확대와 불법 이민 감소 등을 거론하며 "멕시코는 미국과의 관세 논의에서 구조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를 피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멕시코의 협상 준비와 관련,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혼란 이후 미국 경제에서 멕시코의 중요성이 커진 점을 짚었다. 멕시코는 2023년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상품 교역국이 됐다.
멕시코 정부는 이를 근거로 미국이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소비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인 양국 간 불법 이민도 감소 추세다. 지난해 11월 불법 월경자는 4만6천명가량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가장 적었으며, 여기에는 멕시코의 불법 이민 단속도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4분기 멕시코의 불법 이민 관련 구금자는 47만5천명 정도로, 1∼3분기 합계의 2배 이상이었다. 멕시코는 이들을 단시일 안에 석방하고 멕시코에 체류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내 펜타닐 남용에 따른 사망률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6월까지 12개월 간 관련 사망률은 14.5%가량 줄어들었다. 멕시코 정부는 펜타닐 거래 단속에 나섰고 지난달에는 2천만회 분량의 펜타닐을 압수하기도 했다.
다만 불법 이민과 펜타닐 단속에서의 일부 진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명분으로 멕시코 내 카르텔을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멕시코가 중국과의 협력을 늘리는 식으로 맞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멕시코는 최근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소매업체를 겨냥한 관세 조치를 발표하는 등 현재로서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양국 관계에 따라 이러한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콧 모르겐슈테른 피츠버그대 교수는 멕시코가 중국과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는 '핵 옵션'을 갖고 있다면서 "중국이 남미에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경우 멕시코는 미국의 가장 큰 경제적 경쟁자고 돌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인 유럽연합(EU)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보복 조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잭 체임버스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우리가 보복 조치와 보호주의라는 맞대응(Tit-for-Tat)을 하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외르크 쿠키스 독일 재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와 "건설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재무장관회의체인 유로그룹의 패스컬 도너휴 의장은 "미국은 여전히 동맹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