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링컨 성경·모친 선물 성경 앞 선서…손은 안얹어(종합)

연합뉴스 2025-01-21 11:00:33

ABC 방송 "성경에 손 얹어야 하는 의무 없어"…NYT "모든 대통령이 지킨 것 아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선서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성경책과 자신의 모친으로부터 받은 성경책을 같이 사용해 취임 선서를 했다.

미국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대체로 왼손은 성경책에 얹고 오른손은 들어 올려 대법원장 앞에서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하고 보호할 것을 맹세한다"고 선언한다.

이런 전통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받쳐 든 두 권의 성경책을 앞에 두고 오른손을 들어 취임 선서를 했다.

이때 사용된 성경책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성경책과 트럼프 대통령이 모친으로부터 받은 성경책이다.

링컨 전 대통령의 성경책은 1861년 3월 4일 링컨 전 대통령이 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선서할 때 사용한 것이다.

이 성경은 링컨 전 대통령 이후로는 2009년과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두 차례 취임식과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취임식 등에서 사용됐다. 이번에 4번째로 사용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 성경책은 그가 1953년 교회학교 졸업 시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이다.

이 성경책의 앞표지 하단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있으며 안쪽 표지에는 선물을 받은 시기 등이 적혀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년 전 첫 번째 취임식 때에도 링컨 전 대통령 성경 위에 모친으로부터 받은 성경을 포개어 놓고 그 위에 손을 얹은 채 선서했다.

그러나 이날 취임 선서 중 포착된 사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왼손은 성경 위에 있지 않고, 성경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른손을 들어 선서를 시작했지만,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두 권의 성경을 들어올리기도 전에 (선서를) 시작했으며, 선서 중 어느 순간에 성경 위에 손을 올렸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현지 일부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선서 당시 성경에 손을 대지 않았다면서도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보도했다.

A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선서할 때 성경에 손을 얹지 않았다"면서도 "대통령이 성경에 손을 얹어야 한다는 법적 의무는 없다"고 했다.

이 방송은 "미국 헌법 제6조 3항에 따르면 취임 선서와 관련해 의회 의원, 주 입법부 의원, 행정부 및 사법부 공직자는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선서나 선언을 해야 하지만, 종교적인 조건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는 전통은 조지 워싱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모든 대통령이 이를 지킨 것은 아니며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6대 대통령인 존 쿼시 애덤스는 성경 대신 법전에 손을 얹었고, 존 F. 케네디 암살로 에어포스원에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린든 존슨 부통령은 당시 에어포스원 안에 있던 가톨릭 기도문(missal)을 대통령 선서에 사용했다.

또 1901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은 취임 선서 시 성경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NYT는 덧붙였다.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