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안개 속에 갇힌 전국…마스크와 함께한 숨 막히는 출근길

연합뉴스 2025-01-21 11:00:17

수도권·충청 등에 초미세먼지주의보…1년 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안개·먼지 뒤엉켜 가시거리 짧아져…어린이집 등 외부 활동 자제 움직임

숨 막히는 등원 길

(전국종합=연합뉴스) 제주를 제외한 전국이 짙은 농도의 미세먼지로 이틀째 몸살을 앓는 가운데 21일 희뿌연 미세먼지 속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수도권(인천·강화권역 제외)과 충남 북부권역, 충북 북부·중부권역, 세종에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졌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으로 짙을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과 강원 영서·충청·대구·경북은 오전에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 독감 이어 미세먼지까지 극성…마스크 쓴 시민 급증

이날 아침 수도권·강원 내륙·충남·전북을 중심으로 낀 짙은 안개가 먼지와 뒤엉키면서 가시거리는 200m 미만에 불과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에 사는 A(30대)씨는 아침에 무심코 창밖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옆 단지 아파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창밖이 뿌옇기 때문이었다.

미세먼지 짙은 수도권

A씨는 "안개라고 하기엔 약간 주황빛이 나고 탁하길래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이었다"며 "서둘러 마스크를 챙겨서 출근했다"고 말했다.

독감 유행에 이틀 연속 대기질이 나빠지자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는 시민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른 시간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은 미세먼지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입을 모았다.

군포에서 안산까지 자동차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 모(36) 씨는 "짙은 미세먼지 농도 때문에 가시거리가 짧아 거북이 주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처음에는 안개로 생각했는데 뉴스에서 미세먼지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안 모 씨(41)는 "유난히 오늘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뿌옇고 이상하게 눈도 따갑게 느껴졌다"며 "지하철 안에서는 절반 정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에서는 안개까지 겹치면서 송도국제도시 일대에서는 100m 앞도 뿌옇게 보일 정도로 기상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인천시민 이 모(37) 씨는 "아침에 차량을 몰고 출근하는데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고생했다"며 "대부분 차량이 서행 운전을 하면서 평소보다 정체가 심했다"고 전했다.

미세먼지가 뒤덮은 대전 도심

충북 청주에서 도보로 출근하던 정오수(42)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마스크는 한 번도 꺼내지 않았는데 앞으로 챙겨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기가 안 좋다"며 "웬만해서는 점심에도 나가지 않고 배달시켜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등원시키는 부모와 아이 대부분도 이날 마스크를 쓴 상태였다.

대전 서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7살 자녀의 유치원 등원 버스를 기다리던 심사랑(37)씨는 "안 그래도 독감 때문에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워 유치원에 보냈는데, 오늘은 미세먼지가 유독 심해서 아이한테 '마스크 꼭 착용하고 다녀야 한다'며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아이에 대해선 원장이 하원 때 마스크를 꼭 챙겨달라고 부모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충북 청주 한 어린이집 교사는 "원래 오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바깥 산책하러 나가곤 하는데 오늘은 힘들 것 같다"며 "원내에 있는 공기청정기를 풀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뿌옇게 보이는 부산 북항

◇ 1년 만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마스크 착용·환기 필수"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으로 미세먼지 농도는 경기 99㎍(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세종 99㎍/㎥, 충북 94㎍/㎥ 등이었다.

초미세먼지 역시 세종 80㎍/㎥, 충북 78㎍/㎥, 경기 76㎍/㎥, 전북 69㎍/㎥ 등을 보였다. 초미세먼지(PM2.5) 기준 농도가 ㎥당 36∼75㎍이면 나쁨, 75㎍을 초과하면 매우 나쁨 수준에 해당한다.

정부는 전날 수도권·충남지역 초미세먼지 위기 경보에 대응해 비상저감조치를 철저히 시행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는 것은 작년 1월 31일 이후 약 1년 만이다.

수도권과 충남에선 이날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충북과 세종에선 예비저감조치가 시행된다.

경기도는 초미세먼지 위기경보 '관심' 단계 발령에 따라 이날 오전 6시부터 비상저감조치를 시행 중이다.

미세먼지로 뿌연 대구 도심

이날 경기남부지역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차량 2부제 시행으로 출근길 불편을 겪기도 했다.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경기남부경찰청 역시 이날 차량 2부제 시행으로 짝수 차량의 청사 출입이 제한됐다.

경찰관 C씨는 "어제 일과가 모두 끝난 뒤 갑자기 경무과의 공지사항이 전파됐다"며 "오전 6시~오후 9시까지 2부제가 적용된다고 해 아예 새벽 일찍 출근하는 직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행정·공공기관은 장애인, 임산부 및 유아 동승, 특수목적 등의 차량과 전기·수소차 및 하이브리드 친환경 차량을 제외한 홀수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폐기물 소각장 등 공공사업장을 포함한 도내 미세먼지 다량 배출 사업장에서는 조업시간 변경, 가동률 조정 또는 방지시설 효율 개선 등의 조치가 시행된다.

미세먼지로 뿌연 대구 도심

건설공사장에서는 공사 시간 변경ㆍ조정, 방진 덮개 씌우기 등 날림먼지 억제 조치를 하고, 특히 도심 내 도로 청소를 강화한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자 보건 당국은 건강관리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초)미세먼지 예보에 주의를 기울여주기 바란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고 집에서 창문을 닫아놓고 환기를 잘 안 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내 미세먼지 농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환기는 주기적으로 해주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다.

(강태현 정다움 김동민 차근호 나보배 허광무 강영훈 최재훈 이성민 홍현기 강수환)

sw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