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전기차 의무화 철회에 車·배터리 후폭풍…IRA 폐지보단 축소할 듯

연합뉴스 2025-01-21 11:00:10

CV 판매목표 폐지부터 시작…행정명령 통해 IRA 축소 주력 전망

車업계, 구체적 관세언급 無에는 안도…향후 혜택축소 만반 대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임성호 홍규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전임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 자동차·배터리 업계에도 큰 후폭풍이 예고됐다.

다만 내용이 모호한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세액공제) 등을 규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즉각적인 폐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IRA의 폐기를 위해서는 상·하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 등을 통해 전기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 우대 정책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전망이다.

현대차, 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계는 구체적인 신규 관세 조치가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다소 안도하면서도 추후 몰아칠 IRA 폐기, 관세부과에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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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의무화 철회"…CV 판매목표 철회부터 시작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그린 뉴딜'(친환경 산업정책)을 종식하고,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한다. 자동차 산업을 구하고, 위대한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기를 공식화했다.

이는 대선 과정에서부터 예고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 의무화로 내연기관 차량 판매가 금지될 경우 지지기반인 자동차 제조업 분야의 2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를 공언한 전기차 의무화 정책은 사실상 정확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아 폐기 내용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다만 전임 바이든 정부의 정책 방향에 기반해 유추해볼 때 2030년까지 전체 신차 판매 대수의 50%를 친환경차(Clean Vehicle·CV)로 채우는 것이 전기차 의무화의 주요 내용으로 볼 수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CV는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여기에다 온실가스(GHG) 배출이나 기업별 평균 연비(CAFE) 규제도 전기차 의무화의 일부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CV 판매 목표치 철회와 더불어 환경규제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의무화가 철회되면 글로벌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확산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

그 결과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중심의 시장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IRA 제정한 전임 바이든 대통령

◇ IRA 폐지될까…행정명령 통해 축소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차 의무화 철회 언급에 따라 IRA의 폐지 여부에 관련 업체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IRA는 완성차와 배터리를 대상으로 ▲ 구매자 대상 전기차 세액공제 ▲ 투자 세액공제 ▲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등 크게 3가지 혜택을 부여한다.

이중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누리는 최대 7천500달러의 세액공제와 배터리업체가 받는 AMPC의 존속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AMPC는 투자기업에 대해 배터리셀은 ㎾h(킬로와트시)당 35달러, 모듈은 ㎾h당 10달러를 환급하는 제도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이 제도에 따라 분기마다 최대 수천억 원의 혜택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IRA 폐기를 위해선 상·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IRA를 바로 폐기하기보다는 행정명령 등을 통해 IRA에 따른 혜택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이긴 하지만 IRA 혜택을 받기 위해 타국 업체들이 공장을 지었던 미시간·오하이오 등의 공화당 의원들이 현지 고용 악영향을 우려해 IRA 폐기에 반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번 폐기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자동차 산업에서 자국 주도권을 선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다만 전기차 의무화 폐기가 IRA 폐기를 선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IRA 규정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 중국 등 해외우려기업(FEOC)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보조금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는 한중 합작법인(JV)을 운영하는 한국 배터리 관련 기업에 리스크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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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차·현지투자, 생산으로 대응

국내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의무화 폐지는 예상했던 바라며 향후 IRA 축소나 폐기까지 여파 최소화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중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지난해 말부터 가동한 터라 IRA 축소나 폐지 시 파급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HMGMA 설립을 위해 126억달러를 투자한 만큼 해당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병행하고, 올해 내 생산량을 연간 5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II'가 적용된 신차를 현지에서 다수 출시한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품에 대해 10∼20% 수준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할 방침이다.

특히 그가 자국 산업 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만큼 미국 내 단행한 대규모 투자와 GM 등 현지업체와의 협력 노력을 적극적으로 강조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이 추가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2022년 이후 현대차그룹의 대미 총투자액은 178억5천만달러(26조원)에 이른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된다.

현대차그룹은 HMGMA과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 조지아공장의 총 연간 생산량을 118만대까지 끌어올려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70%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만 국내 자동차산업의 미국 수출 비중이 49.9%인 것을 고려하면 관세부과는 부품업체에는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관세 부과 시 미국으로 가는 완성차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금액과 물량이 다 줄어들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우리 부품 수출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2기 정부는 한국에 대해 관세 조처를 한다면 자동차처럼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분야에서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HMGMA 조감도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