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유지요건 10배로 상향…시총 500억·매출액 300억 미만 코스피 퇴출
4월부터 상폐절차 단축…코스피 4년→2년·코스닥 3심→2심제
(서울=연합뉴스) 이율 기자 = 하반기부터 감사의견이 2회 연속 미달인 상장사는 즉시 상장폐지되는 등 '좀비기업'의 증시 퇴출이 빨라진다.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시총 500억원·매출액 300억원 미만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총 300억원·매출액 100억원 미만 상장사는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퇴출하는 등 상장유지요건은 최고 10배로 상향 조정된다.
4월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에 드는 기간은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는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는 21일 한국거래소에서 지속적인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기업공개(IPO)와 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상장폐지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시장 신뢰를 저해하는 기업들이 원활히 퇴출되도록 요건을 강화하고 절차를 효율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시가총액과 매출액 요건을 실효성 있는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상장폐지 심사단계와 개선기간 부여 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한편, 투자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상장폐지 주식의 거래를 지원하고 관련 공시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개선안에 따르면 하반기부터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 상장사에 감사의견이 2회 연속 적정이 아닌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등 미달로 나오는 경우 해당 상장사는 즉시 상장 폐지된다.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을 개정해 감사의견 2회 연속 미달을 상장폐지 이의신청 불가 형식적 사유로 규정, 하반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감사의견 미달은 현행 제도상 감사의견 미달시 다다음 사업연도 감사의견이 나올 때까지 개선기간을 주기 때문에 상장폐지 심사가 장기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감사의견 미달은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상장폐지 사유 중 발생빈도가 236건으로 가장 높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예외적으로 회생·워크아웃 기업은 제한적으로 추가 개선기간을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앞으로 코스피에도 인적 분할 후 신설법인 재상장시 존속 법인에 상장폐지 심사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존속법인은 심사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존속법인이 부실해지는 구조의 분할 재상장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매출액 요건을 단계적으로 최고 10배로 상향 조정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유지를 위한 시가총액은 현행 50억원에서 내년 200억원, 2027년 300억원, 2028년 500억원으로 최고 10배로 상향 조정된다.
상장유지를 위한 매출액 기준도 현행 50억원에서 2027년 100억원, 2028년 200억원, 2029년 300억원으로 오른다.
코스닥시장도 현행 상장유지 기준인 시가총액 40억원, 매출액 30억원을 시가총액 2028년 300억원, 매출액 2029년 10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성장잠재력은 높지만 매출이 적은 기업을 고려해 최소 시가총액 요건(코스피 1천억원, 코스닥 600억원)을 충족하는 경우, 매출액 요건을 면제하는 완충장치도 도입한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 결과, 상장유지요건 상향조정이 끝나면 유가증권시장은 지난해 수치 기준 전체 788개사 중 약 8%인 62개사, 코스닥시장은 1천530개사 중 약 7%인 137개사가 요건에 미달해 퇴출된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또 4월부터는 코스피 상장사에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에서 부여하는 개선 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
코스닥 상장사 심사는 현행 3심제에서 2심제로 축소하면서 최대 개선기간도 2년에서 1년 6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1심 심의 결과가 명확한 경우 2심에서 추가 개선기간도 주지 않으며, 향후에는 상장폐지 사유 심사와 실질 심사를 병행해서 하나라도 먼저 상장폐지 결정이 나오면 최종 상장폐지 하기로 했다.
현행 제도상으로는 유가증권시장은 상장폐지 심사가 최대 2심제+개선기간 4년, 코스닥시장은 3심제+개선기간 2년으로 운영돼 비효율적으로 장기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은 금융투자협회의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K-OTC에 상장폐지 기업부를 신설하고 상장폐지 후에도 6개월간 거래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상장폐지 기업의 경우 7거래일간 정리매매 이후에는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상장폐지 심사를 받는 기업이 거래소에 제출하는 개선계획의 주요 내용을 공시하도록 해 상장폐지 심사중 투자자 정보공시도 확대하기로 했다. 퇴출이 확대되더라도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다.
우리나라는 연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진입 기업수 대비 퇴출 기업수가 평균 4곳 중 1곳에 불과하다. 최근 5년간 상장회사 증가율은 17.7%로, 주요국(미국 3.5%, 일본 6.8%, 대만 8.7%)보다 높은 편이지만, 주가상승률은 높지 않아, 주요국대비 상장기업수 대비 시가총액도 낮은 수준이다.
이같이 저성과 좀비기업의 퇴출 지연은 자본배분의 비효율성, 시장 전반의 신뢰도 저하, 주가지수 상승 제한 등을 야기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더 효율적이고 투자자 보호가 이루어지는 시장구조를 만들기 위한 주식시장 체계 개편방향도 검토해 나가겠다"면서 "기업이 각각의 성장단계와 특성에 맞춰 자본시장에서 원활히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이에 따라 참여시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시장간 차별화와 연계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