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수 없는 마지막 어떻게 맞을까…죽음 다룬 소설·에세이

연합뉴스 2025-01-21 10:00:15

신간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헤르만 헤세는 소설 '황야의 이리'(원제 'Der steppenwolf')에서 "죽음이라는 것 때문에 짧은 양초 같은 우리의 삶도 때로는 한순간 그렇게 아름답게 불타는 것"이라고 썼다.

나쓰메 소세키는 죽음의 문턱을 밟고 돌아온 투병기를 담은 수필 '회상'('思ひ出す事など')에서 "삶과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환희와 공포는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로 겹쳐 있었다"고 했다.

죽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며 단순히 삶에 마침표를 찍는 것을 넘어 삶을 완성하는 일로도 받아들여진다. 과거부터 작가들은 죽음을 깊이 탐구해 이를 문학 작품으로 구현했다.

최근 수동적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기보다 어떤 모습으로 떠날지 결정하고 삶과 이별하는 과정을 담아낸 소설과 에세이가 나란히 출간됐다.

소설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는 노르웨이의 좁고 길게 뻗은 만(灣) 피오르드 근처 마을에서 작은 배를 운전하는 닐스 비크가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마지막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다.

닐스는 평생을 살아온 집에 독립한 두 딸을 향한 편지를 남겨둔 채 이른 새벽에 길을 나선다. 특별한 날에만 입던 양복을 입으려다가 '마지막 날을 멋지게 꾸민 채 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평소처럼 점퍼를 입는다.

닐스의 배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손님이 하나둘 올라타지만, 그 손님들의 면면은 특별하다. 생전 닐스가 배에 태워줬고 추억을 함께했던, 그러나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이들이다.

그리운 이들과 함께 마지막 여정을 떠난 닐스는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과 쌓은 추억을 되짚는다.

닐스는 또 사랑하는 아내 마르타와의 일들을 추억한다. 그는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내가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두서없이 떠올리며 배를 운전한다.

닐스는 죽음이란 결말에 아무런 반전 없이 도달한다. 소설은 "그의 마지막 날은 이렇게 끝이 났다"는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책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인 프로데 그뤼텐(65)이 10여년 만에 발표한 장편이다. 작가는 2023년 이 소설로 노르웨이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브라게문학상을 받았다.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2023년 스위스 비영리기관 디그니타스의 조력으로 생을 마감한 고(故) 조순복씨의 이야기를 그의 딸이자 소설가인 남유하가 기록한 에세이다.

조씨는 유방암 수술 후 10년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몇 달 뒤 암이 뼈로 전이돼 이미 4기에 이르렀다는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는다. 그리고 '칼로 쿡쿡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저자는 어머니가 차츰 고통에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삶을 마무리할 좋은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결국 조력사망 기관인 디그니타스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충동적이거나 성급하지 않다. 저자는 환자의 상태를 알리고 환자 스스로 조력사망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여러 문서를 스위스로 보내고, 어머니는 스위스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허리 수술을 감행한다.

힘든 과정을 거쳐 스위스에 당도한 어머니는 삶을 마감하기 하루 전인 8월 2일 고통에 지쳐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고 말한다.

마지막 순간 디그니타스 담당자가 내민 물약을 마신 어머니는 1분도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지고, 곧이어 맥박이 차츰 잦아든다. 잠을 잘 때조차 미간에 고통스러운 표정이 사라지지 않던 고인은 비로소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엄마의 손을 잡는다. 아직 맥이 뛴다. 숨죽이고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가 떠나는 지금을,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 눈물이 나지만 눈이 빠질 만큼 쏟아지진 않는다. 엄마가 내 곁을 완전히 떠났다는 사실이 슬프지만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기쁘다."

조씨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돼 올해 JTBC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 닐스 비크의 하루 = 다산책방. 280쪽.

▲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 사계절. 312쪽.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