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묵살당한 존재의 외침…'인식적 부정의'

연합뉴스 2025-01-21 09:00:11

'무엇이 성과를 만드는가'·'양자역학의 역사'

인식적 부정의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 인식적 부정의 = 미란다 프리커 지음. 유기훈·정선도 옮김.

영국 철학자인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사람들은 '말을 해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존재'로 취급된다고 말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무시되거나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은 단순히 개인적 불운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러한 부조리 상황을 '인식적 부정의'라고 부르고, 이를 다시 '증언적 부정의'와 '해석학적 부정의'라는 두 가지 세부 유형으로 나눠 설명한다.

증언적 부정의는 특정한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특정인의 발언이 묵살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저자는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서 인종적 편견 탓에 결백한 흑인 남성이 유죄 판결을 받는 상황을 대표적인 사례로 든다.

저자는 인종과 젠더, 계급에 대한 집단적 편견은 소수자의 사회적 지위를 약화하고, 그들의 정체성마저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꼬집는다.

두 번째 유형인 해석학적 부정의는 사회 현상에 대한 해석 도구의 부재와 불균등에서 발생한다.

저자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의 여성처럼 권력 없는 집단이 자신들이 겪는 사회적 경험이나 고통을 적절히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해석학적 부정의라고 정의한다.

미국 여성해방운동 초기 여성들이 '성적 괴롭힘'이라는 개념을 인식하지 못한 탓에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단순히 '이것'이라고 지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저자는 소개한다.

오월의봄. 368쪽.

무엇이 성과를 만드는가

▲ 무엇이 성과를 만드는가 = 에두아르도 브리세뇨 지음. 이영래 옮김.

"나는 실수를 환영한다. 실수는 개선의 방법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개인과 조직의 성과가 정체하는 이유를 밝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혁신적인 방안을 제시한 책이다.

기업 학습문화 프로그램 개발자인 저자는 특정 업무에 익숙해질수록 발전 속도가 느려지고, 결국 정체에 빠진다고 말한다. 정체의 이유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 기존의 방식에만 매달리면서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성과를 지속하려면 새로운 학습과 성찰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당장 잘하는 일을 하면서도 새로운 방식과 영역을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의문이 생기면 동료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유연성도 필요하다고 저자는 당부한다.

부키. 420쪽.

양자역학의 역사

▲ 양자역학의 역사 = 데이비드 카이저 지음. 조은영 옮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물리학과 및 과학사 교수인 저자가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100년간 양자역학이 걸어온 길을 엮어낸 책이다.

저자는 양자역학이 고전 물리학의 한계를 넘기 위한 시도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플랑크의 '양자화된 에너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슈뢰딩거의 '파동 방정식' 등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가 과학은 물론 철학과 기술 분야에서도 파장을 불러 온 과정을 꼼꼼히 소개한다.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양자역학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도 조명한다.

'맨해튼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연구 개발부터 냉전 시기의 과학 경쟁,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의 설립에 이르기까지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과 얽힌 양자역학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아시아. 376쪽.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