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식' 불참했던 트럼프, 취임사에서 바이든 행정부 정책 공격
클린턴·오바마·부시 前대통령 참석…빅테크 CEO들, 장관들보다 앞자리에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20일(현지시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는 퇴임하는 전임 대통령이 백악관에 새로 들어서는 후임 대통령을 축하하는 미국 정치의 전통적인 모습이 8년만에 재현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을 축하하는 바이든 전 대통령을 면전에서 거리낌 없이 비판하며 차별화했다. 화합보다 갈등을 부각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의 중앙홀(로툰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우리 정부는 신뢰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수년간 극단적이고 부패한 기득권이 우리 국민에게서 권력과 부를 뽑아갔으며 우리 사회의 기둥들은 쓰러지고 완전히 황폐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정부는 국내에서 간단한 위기조차 관리할 수 없으며 동시에 해외에서는 계속되는 일련의 재앙적인 사건들에 비틀거리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정부는 우리의 훌륭하고 법을 준수하는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지만, 위험한 범죄자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보호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정책을 맹비난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의 바로 뒤에 앉아 취임사를 듣던 바이든 전 대통령과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표정이 굳어지는 듯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에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평화로운 정권 이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권 인수에 협조하고 이날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취임식에는 관례상 전직 대통령과 전직 부통령이 참석하는데 이날 취임식에 공화당에서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왔다.
민주당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내 미셸 오바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직 부통령은 공화당의 댄 퀘일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부통령을 지냈으나 대선 뒤집기에 협조하지 않아 '배신자' 낙인이 찍힌 마이크 펜스가 참석했다.
이날 취임식은 귀빈들에 이어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로툰다에 들어서면서 본격 시작됐다.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인이 입장하자 모두 일어서서 손뼉을 쳤고 "USA"를 연호한 이들도 있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내 멜라니아 여사의 볼에 입맞춤한 뒤 바이든 대통령과 인사했다.
의회 합동취임식준비위원회(JCCIC) 위원장인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민주·미네소타)은 개회사에서 "올해 취임식 테마는 '지속되는 민주주의'다. 오늘 이 자리에 여러 (전직) 대통령과 부통령이 있다는 게 그 지속성의 진정한 증거다"라고 말했다.
J.D. 밴스 부통령이 관례대로 먼저 브렛 캐버노 대법관 앞에서 취임선서를 했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오른손을 들고 취임 선서를 했다.
그는 8년 전처럼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 방어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고 선서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은 한파 때문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1985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실내에서 진행됐다.
실내 취임식이 열린 로툰다에는 약 800석 정도의 자리가 마련됐으며 의사당 내 노예해방홀(Emancipation Hall)에 1천800석 정도의 자리가 별도로 준비됐다.
로툰다에 자리가 부족했기 때문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등 주요 정치인도 화면으로 취임식을 봤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반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등 빅테크 최고경영자들이 로툰다에서 내각 장관들보다 앞자리에 앉으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권력 서열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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