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맞아 떠올리는 이순신·손기정…전시로 만나볼까(종합)

연합뉴스 2025-01-21 00:00:21

국립중앙박물관, 주요 업무 계획 발표…'조선 전기 미술' 전시 주목

11월 미국서 '이건희 컬렉션' 소개…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특별전도

국립중앙박물관 신년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충무공 이순신(1545∼1598)과 마라톤 영웅 손기정(1912∼2002)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문화유산을 과학적으로 관리·보존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고,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남긴 '이건희 컬렉션'은 미국 관람객과 만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25년 주요 업무 계획을 20일 발표했다.

올해는 1945년 광복 이후 조선총독부박물관을 인수해 국립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신)을 개관한 지 80주년을 맞는 해이자 용산으로 이전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업무계획 발표하는 김재홍 관장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날 박물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공감의 박물관', '열린 박물관', '융합의 박물관', '공존의 박물관' 등 4대 추진 방향을 설정하고 여러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박물관은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이는 데 주력한다.

그중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전시는 '이순신'이다.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열린 2003년 특별전 이후 처음 선보이는 전시에서는 전쟁 영웅이 아닌 인간 이순신을 조명한다.

이순신의 행적과 일화 등을 정리한 '이충무공전서', 평양성 탈환 전투를 재구성한 '평양성전투도', 조선시대 화포인 '중완구' 등 1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이순신' 특별전 주요 전시품

윤상덕 고고역사부장은 "임진왜란과 관련한 발굴 조사 성과, '난중일기' 기록 등을 통해 영웅담이 아닌 진짜 이순신의 삶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과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특별전도 주목할 만하다. 마라톤 우승 부상으로 받은 청동 투구와 각종 사진 등을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박물관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교류 전시도 연다.

도쿄국립박물관과 함께 6월 개막하는 '일본 미술의 재발견' 전시는 회화, 도자, 복식, 칠기 등 60여 건의 유물을 통해 일본 특유의 미감을 보여준다.

한·일 교류 전시 주요 전시품

한국 미술의 멋을 소개하는 교환 전시는 내년 2∼4월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재홍 관장은 "조용하지만 강한 전시"라며 "어떠한 이슈에서 벗어나 가장 일본적인 것, 또 가장 한국적인 것을 통해 양국 문화를 이해하는 토대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소속관인 국립청주박물관에서는 9월 일본 야마나시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 '후지산에 오르다, 야마나시(山梨)'를 통해 한·일 문화 협력을 보여준다.

박물관은 용산 개관 20주년을 맞아 대규모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6월 열리는 '조선 전기 미술' 특별전은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에서 전개된 미술 혁신과 변화를 300여 점의 유물로 살펴본다. 국립박물관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전시 주제다.

미국, 일본 등지에 소장된 회화 등 20점 이상이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전(傳) 안견 사시팔경도

박물관은 올 한해 한국의 멋과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일에도 앞장선다.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서화, 도자, 공예 등은 오는 11월 미국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을 찾을 예정이다. 국보 '정선 필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250여 점을 소개한다.

미국 덴버박물관은 순백의 달항아리를 조명하는 전시를 열며,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을 통해 한국 문화를 주목한다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세계 문화도 다룰 예정이다.

4월에는 태평양 지역 원주민의 역사·문화·예술을 다루는 오세아니아 특별전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며, 11월에는 상설전시실에 '이슬람실'을 새로 꾸민다,

춘천에서 인왕제색도를 만나다

하반기에는 박물관 보존과학센터가 새롭게 문을 연다.

센터는 3차원(3D) 스캔 및 디지털 형상복원실, 재질별 보존처리실 등을 갖췄으며 대형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를 구비해 목조 문화유산의 연대 측정 연구도 할 계획이다.

박물관은 2029년까지 어린이박물관을 확장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상설전시관 서예실에 금석문, 활자, 인장(도장) 등 전시 내용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과 소속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총 1천90만8천443명으로 이 중 외국인은 약 35만명으로 집계됐다.

국립중앙박물관 2025년 업무계획 발표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378만8천785명으로 전년(418만285명)보다 감소했으나, 소속 기관을 합친 전체 관람객 수와 외국인 관람객 수는 역대 최다라고 박물관은 전했다.

김재홍 관장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다양한 문화로 모두를 하나로 연결하고 함께 호흡하는 박물관이 되겠다"고 밝혔다.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