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설가 최민석의 유쾌한 여행담 '마드리드 일기'

연합뉴스 2025-01-21 00:00:19

김채원 첫 소설집 '서울 오아시스'·에밀 시오랑 '독설의 팡세'

마드리드 일기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마드리드 일기 = 최민석 지음.

장편소설 '능력자', '풍의 역사' 등을 쓴 작가 최민석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보낸 두 달 반의 시간과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토지문화재단과 스페인 문화교육부가 협정한 '교환 작가 프로그램'에 선발돼 2022년 8월부터 두 달 동안 마드리드에 머물렀고, 이후 보름 동안 홀로 여행한 뒤 귀국했다.

제목처럼 일기를 묶은 이 책은 모든 글에 집필된 날짜가 적혀 있고, 글을 쓸 때의 주변 환경이나 심경으로 시작한다.

이를테면 "이 글은 새로 산 수성펜으로 수묵화를 그리듯, 심신 수양하며 쓰고 있다"(9월 20일), "이 글은 새벽 1시 40분에 졸린 눈을 비비며 쓰고 있다"(10월 13일) 등이다.

마드리드에서 열린 화가 프리다 칼로의 특별전시, 아일랜드 대문호 제임스 조이스의 이름을 딴 술집, 살바도르 달리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저명한 인물이 머물렀던 기숙사 등이 등장한다.

작가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발휘한 문장이 눈길을 끌고, 작가가 직접 찍은 마드리드 사진들이 함께 실려 현장감을 더한다.

해냄. 488쪽.

서울 오아시스

▲ 서울 오아시스 = 김채원 지음.

독자의 예측을 거부하는 독특한 문체와 전개 방식을 선보이며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 김채원의 첫 단편소설집이다.

등단작인 '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를 비롯해 그간 발표한 단편 일곱 편과 미발표작 한 편 등 여덟 편이 수록됐다.

표제작에는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몰라 병원에 입원한 엄마, 홀연히 사라진 외삼촌, 그들을 기억하며 배회하듯 살아가는 화자가 등장한다.

'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는 스스로 세상을 떠난 친구 유림의 부고를 들은 세 사람이 배회하는 모습을 그렸다. 세 친구는 시시콜콜한 대화만 나누면서도 서로의 곁을 지키며 상실의 감각을 공유한다.

수록작들은 시간 순서대로 사건을 서술하는 전개 방식과 달리 단편적인 사건이나 이미지로 구성돼 있어 신선하다.

문학과지성사. 266쪽.

독설의 팡세

▲ 독설의 팡세 = 에밀 시오랑 지음. 김정숙 옮김.

루마니아의 철학자 겸 작가 에밀 시오랑(1911∼1995)의 잠언집으로 21년 만에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책은 '절망과 허무의 철학자'라고 불린 저자가 프랑스어로 발표한 두 번째 책으로 1952년 출간됐으며 한국에선 2004년 처음 번역서가 나왔다.

블레즈 파스칼(1623∼1662)의 '팡세'와 마찬가지로 종교와 역사, 사랑 등 여러 주제와 관련한 저자의 사유를 담고 있으며 제목처럼 냉소적인 독설이 가득하다.

'언어의 위축', '심연의 도둑', '시간과 빈혈' 등 10장으로 구성돼 있다.

"당신의 인생은 성공적이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자존심이 무엇인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시간과 빈혈' 중), "만일 노아에게 미래를 읽는 능력이 있었더라면 틀림없이 선체에 구멍을 뚫어 침몰했을 것이다."('역사의 현기증' 중).

문학동네. 220쪽.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