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 얼마나 천재인지 다시 느껴…리사이틀서 피아노 전곡 연주"
"서 있는 게 싫어 피아노 선택…내년 여름부터 실내악 연주자와 협연 투어"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이 앨범이 많은 분이 라벨의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최근 라벨 음반을 낸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20일 화상 간담회에서 이번 음반의 감상 지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조성진은 올해 라벨 탄생 150주년을 맞아 라벨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담은 앨범을 이달 발매했다.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안드리스 넬손스 지휘)와 협연한 라벨 피아노 협주곡 앨범도 다음 달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작업은 조성진이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에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그는 "라벨 피아노 전곡을 녹음하면 (라벨 탄생을) 잘 기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상주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드뷔시와 라벨 음악을 혼동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이번에 드뷔시와 라벨이 무엇이 다른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라벨은 드뷔시보다 지적이고 완벽주의이자 (본인이) 무엇을 원했는지 분명 알았던 것 같다. 모든 음악이 잘 짜여 있고 오케스트라적으로 피아노곡을 쓰려했던 것 같아서 그 점을 생각하고 녹음했다"고 후문을 들려줬다.
그는 "라벨을 공부하면서 이 작곡가가 얼마나 천재인지 다시 느꼈다"라고도 돌아봤다.
프랑스 파리에서 음악을 공부한 조성진에게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음악은 친숙한 편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주 접한 곡이기도 하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라벨의 '거울' 중 '어릿광대 아침의 노래' 곡을 (라벨의 음악으로) 처음 접했고 그 곡을 2006년 8월 금호아트홀에서 리사이틀(독주회) 할 때 연주한 기억이 있다"며 예원학교 재학 시절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중 '스카르보'를 연주하며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도 들려줬다.
그런데도 이번 라벨 음반을 포함해 음반 녹음 과정은 항상 힘든 일이라고 털어놨다.
조성진은 "녹음할 때는 연주할 때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라며 "제가 마음에 드는 연주를 했는데 파리가 마이크에 앉아서 연주를 못 쓰게 됐던 때가 있었다. 그런 사소한 것까지 영향을 받는 세심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조성진은 올해 세계 각지에서 리사이틀을 열며 이번 앨범에 담은 라벨 피아노 전 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그는 "리히텐슈타인에서 이 프로그램을 한번 해봤는데 (인터미션을 포함해) 3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곡을 연주할 때는 정신이 혼미해졌다"면서도 "라벨의 음악 세계를 관객과 공유하고 저 자신도 라벨의 음악 세계에 들어갔다가 나오고 나니 뿌듯한 게 피곤한 것보다 더 컸다"고 말했다.
올해는 조성진이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조성진은 10년간의 본인 평가를 묻는 말에 "자기 자신을 평가하기가 젤 어려운 일"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배우고 영감도 얻었고 나름대로 꾸준하게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또 "(어린 시절) 바이올린은 서서 하는 게 힘들어서 피아노를 택했다"며 "그게 저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다.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고 앉아 있는 걸 좋아해서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 같은 것을 안 좋아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지향하는 음악은 자연스러운 음악"이라며 "말이 되는, 이 부분을 왜 이렇게 했는지 설명이 되는 그런 연주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성진은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거주하며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예정된 9번의 연주 중 다섯 번째 연주회까지 마친 상태로 최근에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카라얀 아카데미와 협연을 했다.
그는 "카라얀 아카데미의 어린 학생들과 실내악 연주를 했는데 저보다 다 어려서 그런지 제가 리허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리드를 했다"며 "베를린에서 연주하는 게 정말 편하고 친한 친구들도 오케스트라에 많아서 연주하며 행복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또 내년 여름쯤 한 실내악 연주자와 투어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연주자 이름과 협연 악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성격도 저랑 잘 맞고 제가 너무 좋아하는 연주자 한 분이 계신다"며 "한 연주자와 투어한 적은 (지금까지) 없었는데, 그 연주자와 내년부터 음악적 파트너로서 깊은 관계를 가지며 투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성진은 스스로가 "평범한 연주자"라면서 피아니스트를 행복한 직업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레퍼토리가 끝도 없어 작곡가들이 쓴 위대한 곡을 연주하면서 천재들의 정신세계와 음악 세계를 엮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정말 행복한 경험이라 생각한다"며 "음악이 좋아서 피아니스트를 하는 거니 (앞으로도) 많은 레퍼토리를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음악인으로서 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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