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잡아라' 미국에 깃발 꽂는 K전력…전력망 투자 확대

연합뉴스 2025-01-21 00:00:12

AI 확대·노후 전력망 교체 등 수요 급증…트럼프 재집권도 기회

설비 투자·현지 기업 인수 등…"수요 대응 위해 사업 다각도 추진"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미국 내 전력망 교체 사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 전선 및 전력기기 기업들이 현지 진출을 통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앨라배마공장 변압기 전문 보관장 준공식

2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총 1천850억원을 투자해 미국 앨라배마에 제2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회사는 이번 증설 투자를 통해 765kV(킬로볼트)급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재 미국에서 취급하는 최대 전압의 사양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투자 효과가 본격화되는 2028년부터 연간 최대 1천억원 상당의 매출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생산능력 확충을 통해 변압기 수요 증가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중 전력망의 50% 이상이 교체 시기인 40년을 지난 데다 최근 AI와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 반도체·전기차 공장 건설 등으로 전력망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전력에 대한 수요는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증가해 왔고, 이러한 추세는 향후 수십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산업의 혈관'인 전선과 통신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은 수주를 노리고 생산 설비 투자, 현지 기업 인수 등을 통해 현지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S전선의 자회사인 가온전선은 이달 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타보로에 위치한 배전케이블 생산법인 LSCUS의 지분 100%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미국 현지화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LS전선은 약 1조원을 투자해 버지니아주에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한다.

착공식은 오는 4월로, 2027년 완공한 뒤 2030년까지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전선, 미국서 케이블 포설

대한전선은 지난해 미국에서 7천200억원 규모의 케이블 장기 계약을 따내며 북미 시장 진출 이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미국 생산 현지화를 위한 시설 투자 등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효성중공업은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초고압 변압기 공장에 시험 라인을 추가하고 시험·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내년 말 증설이 완료되면 멤피스 공장의 생산능력은 2배로 늘어날 예정이다.

업계는 향후 15년 이상 대규모 전력 수요를 예상하는 등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국 내 제조업과 AI 산업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최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 복구가 진행되며 국내 전선 및 전력기기 업체의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조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 2기에서도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해외에서 유치하는 등 미국의 전력 인프라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은 유효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산불 피해 재건 작업이 진행되면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위주로 발주가 진행될 수 있다"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을 다각도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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