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 호소문 발표…"'병합조약 등은 원천 무효' 韓해석 따라야"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지식인들이 1965년 한국과 일본이 체결한 한일기본조약의 일본 측 해석에 한반도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시각이 담겨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와 오카모토 아쓰시 전 월간 '세카이' 편집장,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등은 20일 도쿄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일기본조약 60주년을 맞아 양국 간 해석을 통일하자고 제언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양국은 60년 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있다"며 "하지만 양국 간에는 여전히 식민지 지배에서 기인한 심각한 문제가 미해결인 채로 남아 있다"고 비판했다.
한일 양국은 1965년 당시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로 조약을 체결했는데 이들은 1910년 8월 22일 일본이 한국의 국권을 빼앗은 병합조약 등의 무효에 대해 언급한 제2조 해석에 양국 간 간극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어로 제2조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이다.
이에 대해 일본 지식인들은 "한국은 처음부터 병합조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조문을 제안했다"며 일본이 이에 저항해 영어로 '이미'(already)라는 한 단어를 넣는 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측 해석에 대해 "병합조약은 유효이고 합의로 한국을 병합했지만, 한국이 1948년에 독립 국가가 되면서 병합조약이 무효가 됐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일문에서 '이미'에 해당하는 단어는 '이제는'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즉 한국이 한일기본조약 제2조를 병합조약 등이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해석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한국이 독립하면서 무효가 됐다고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일본 측은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해 사죄를 거부하고 반성하지 않았다"며 "그것이 화근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총리가 식민지 지배에 대해 반성과 사죄의 뜻을 밝힌 1995년 무라야마 담화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 선언 등을 반영해 일본도 제2조의 한국 해석을 따라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이들은 제3조에 대해서는 한국이 일본 측 해석을 수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일기본조약 제3조는 한국어로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연합 총회의 결정 제195호에 명시된 바와 같이 한반도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확인한다"이다.
영어로 한반도는 '한국'(Korea)으로 돼 있는데, 일본은 이를 남한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991년에 한국과 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는 점을 근거로 일본 측 해석을 지지하면서 일본과 북한이 국교정상화를 위한 협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지식인들은 호소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선포한 비상계엄을 국회의원과 시민들이 끝냈다면서 "한국 시민들의 용기와 행동에 공감하며 진심으로 연대를 표명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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