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부터 집단난동까지…배후에 극우 유튜버 선동

연합뉴스 2025-01-20 20:00:08

부정선거 의혹 제기·계엄 선포 당위성 주장하며 폭력 부추겨

서부지법 난동 중계하며 조회 수 챙겨…경찰 "배후 철저 조사"

불법폭력과 난동이 휩쓸고 지나간 서부지법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내란이 아니라, 계엄이 아니라 계몽입니다. (비상계엄 선포로) 이 나라 불순세력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 한남동 관저 앞 보수집회에서 무대에 오른 유명 유튜버 A씨가 이같이 말하자 지지자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이 모습을 다른 유튜버가 편집해 영상으로 올려 약 3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댓글에는 A씨를 '용사', '열사', '투사'라고 칭송하는 반응이 쇄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으로 난입할 당시에도 유튜버들의 폭력 선동은 계속됐다.

영장을 발부한 판사와 법원을 테러하겠다는 협박은 물론 경찰과 기자들까지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또 자신들을 '애국시민'으로 포장하고 '저항권'을 운운하며 폭력을 부추기는 양상을 보였다.

'12·3 비상계엄'부터 지난 '서부지법 난동'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폭력 사태의 배후에는 이 같은 극우 유튜버들의 자극적인 선동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원인 중 하나인 '부정선거 의혹'은 극우 유튜버들이 수년째 확대·재생산한 대표적 주장이다.

주로 '사전투표 결과가 본투표 결과와 다르다', '투표지 분류기의 전산을 조작했다', '중국 해커들이 선관위 서버에 침투했을 수 있다'는 근거가 제시된다.

이런 주장이 음모론 차원으로 부상한 것은 방송인 김어준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승리한 18대 대선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이어 황교안 전 국무총리, 민경욱 전 의원 등이 부정선거론을 주창한 데 이어 윤 대통령도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고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계엄을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유튜브 채널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작년 5월 유튜브 채널 '민경욱TV'에 출연한 서석구 변호사는 "부정 선거로 주권이 발탁될 경우에는 계엄령 선포도 얼마든지 고려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항의하는 유튜버들

계엄이 선포된 이후 유튜버들은 계엄 옹호 논리를 전파하는 데 주력했다.

전광훈 목사는 집회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안 했다면 이 나라는 이미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식의 주장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내란수괴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유튜버들은 "우리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며 시청자들에게 한남동 관저 앞 등으로 집결할 것을 독려했다.

관저 앞 보수집회에선 "나라가 망하면 목숨도 의미 없으니 이곳을 우리의 공동묘지로 만들자"는 등 발언이 나왔고 이는 그대로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실제로 2차 체포영장 집행 전날 지지자 50여명은 관저 입구 앞에서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며 연좌 농성을 벌이다 약 2시간 만에 경찰에 강제 해산됐다.

유튜버들의 선동이 극에 달한 게 19일 새벽 발생한 서부지법 불법 진입 난동이다.

이들은 시위자들이 법원 창문을 부숴 청사에 난입하고 경찰 기동대와 맞서는 자극적 장면을 시시각각 중계하며 조회수를 챙겼다. 일부 유튜버는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마저 중계했다.

경찰은 이번 폭력사태와 관련 극우 유튜버 등 배후를 철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9일 서부지법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시위대를 선동하는 극우 유튜버까지 수사받을 여지가 있는지 묻자 "폭력 사태와 관련이 있다면 철저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 신의한수, 홍철기TV, 정의구현 박완석 등 보수 유튜버로 구성된 자유유튜브 연합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연합이 주도한 집회는 철저히 평화적이었다"며 "일부 폭력적인 참여자에 의해 선동된 애국 시민에 대한 강압 수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yo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