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에 사직자 중 199명만 지원…복귀율 2.2%
의협은 "의대 교육 정상화 계획부터 제시" 강경 입장 고수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지난해 병원을 떠난 사직 전공의의 대다수가 정부의 수련·입영 특례 조치에도 복귀를 거부했다.
내달 추가 모집이 예정돼 있지만 이대로라면 대규모 복귀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정부와 정치권의 대화 제의에 선뜻 응하지 않고 있어 정부의 유화책에도 의정 갈등을 풀어낼 실마리가 쉽게 보이지 않고 있다.
◇ 전공의 모집 지원율 저조…사직 전공의 2.2%만 지원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221개 수련병원이 사직 레지던트 9천220명을 대상으로 지난 15∼19일 진행한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 199명(2.2%)만이 지원했다.
98%에 가까운 대부분의 사직 전공의가 복귀를 택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이번 모집에 앞서 사직 전공의 1만여 명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수련·입영 특례' 등 '당근책'을 제시했다.
전공의가 사직 1년 내 동일 과목과 동일 연차로 복귀할 수 없는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고, 입영 대상 전공의의 입영 시기를 수련 종료 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번 상반기 모집에 지원해 입영 특례 대상이 된 의무사관후보생은 98명이다.
나머지 입영 대상 전공의들은 국방부의 역종 분류 대상이 돼 3월 입영하거나 내년 이후 입영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사직 전공의 중 의무사관후보생은 3천여 명으로, 통상적인 군 수요로 알려진 1천여 명을 크게 웃돌아서 실제 입영까지 최장 4년을 기다릴 수도 있다.
수련병원들은 저조한 전공의 지원율에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 서울 시내 수련병원장은 "입영 특례 적용으로 전공의들이 좀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로 움직임은 없었다"며 "앞으로 진행될 인턴 모집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전공의들은 상황 변화가 없는데 특례를 적용했다고 돌아갈 이유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한 사직 전공의는 "정부는 특례라고 말을 하지만, 실상은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전공의를 회유하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전공의들의 상황이 바뀐 게 없어서 굳이 그런 속 보이는 말에 속아 돌아갈 일은 없다"고 말했다.
복귀 여부를 고민하는 일부 전공의들도 내달 있을 추가 모집까지 더 기다려보겠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복지부는 입영 특례의 경우 2월 추가모집엔 적용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 의협은 강경 입장 고수…"협상의 시간 지나" 지적도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를 통한 갈등 해소도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의료계가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것을 재차 요구했지만, 최근 신입 집행부를 구성한 의협은 정부가 의대 교육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취임한 김택우 의협 회장은 정부나 정치권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은 과거 의협과 달리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의협을 만들겠다면서도, 정부에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먼저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김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연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 상태로는 도저히 의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정부가) 인정해 명확한 계획과 방침을 마련하고 공표해야, 의료계도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포함한 의대 교육 계획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7일 의협 신년 하례회에서도 "국민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더 이상 시간 끌기식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중단해야 한다"며 "조속히 결자해지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복귀를 위해서는 수련환경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이날 신념 담화에서 "정부는 협상을 통해 일괄타결로 전공의와 의대생이 현장으로 돌아오길 바라겠지만, 그런 협상의 시간은 이미 오래전 지나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과 일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미래"라며 "새로운 패러다임과 수련 시스템 개혁을 통해 시간을 두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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