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실업률 속 안정적 직업…시진핑 어록 필기시험 통과해야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10년 넘게 이어지는 시진핑표 '반부패 캠페인'이 갈수록 확대하면서 중국에서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바로 부패 혐의로 구금 중인 공무원들을 감시하는 자리다.
SCMP가 취업 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검색한 결과 작년 최소 15개 성(省)의 보안 및 사정 기관이 구금시설에 이런 일을 하는 일종의 관리인을 배치했으며, 일부 성은 수백 명을 채용했다.
장시성의 채용 관리자 류모 씨는 "최근 몇 년간 구금시설에서 일할 사람을 더 많이 채용하고 있다"면서 "반부패 캠페인 심화에 따라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류씨는 "이들의 주요 역할은 24시간 내내 모든 수감자를 면밀하게 감시하고 자살을 방지하며, 음식과 의류, 필요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급은 지역에 따라 2천∼6천위안(약 40만∼120만원)으로, 지원자들은 체력 시험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어록 관련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한 온라인 사이트에는 '20∼35세 대학 졸업자, 전과 없음, 남성은 신장 170㎝, 여성 158㎝ 이상. 군 복무자 및 경찰대 학생 선호'라는 조건이 붙은 구인 광고가 올랐다.
관리인으로 취업한 황모 씨는 "꽤 좋다"며 높은 실업률 속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갖게 돼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좀 지루하긴 하다"면서도 "(구금자들은) 못 가지만 우리는 8시간 교대 근무를 마치면 집에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직후 "호랑이(고위 관료)와 파리(하급 관리)를 함께 때려잡겠다"며 대대적인 부패 척결에 나섰고 1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최고 반부패 및 징계 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지난해 87만7천건의 공식 조사를 개시했는데, 이는 2023년보다 40% 넘게 증가한 수치다.
중앙기율검사위는 공산당 규정과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당원을 기소 없이 소환해 최대 8개월까지 구금할 권한을 갖고 있다.
부패 혐의를 받는 공무원들은 '유치중심'(留置中心)으로 불리는 구금시설에서 변호사 접견조차 없이 외부와 연락이 차단된 채 심문을 받는다.
감방은 자살 방지를 위해 벽이 패딩으로 처리돼 있고 창문에는 철조망이 설치돼 있으며, 24시간 감시 카메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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