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 대토론회서 제안…국교위 회의서도 도입 본격 논의
"수능은 자격시험으로"·"고교 내신 논술·성취평가 도입" 등 의견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가시화됐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제10차 대토론회'에서 이용하 이화여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수능에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하되 문제는 공통 출제하고 채점은 대학별로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교위은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논의하는 기구다.
이 교수는 "선다형 문항의 문제풀이식 수업으로는 고등사고능력 등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역량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입 관련 교육연구원(4명)·입학사정관(4명)·학부모(4명)·교사(6명)·입학처장(4명)을 대상으로 한 집단심층면접(FGI)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객관성·공정성을 현 수능의 장점으로 봤으나 낮은 변별력, 단 한 번의 응시 기회, 미래 사회 역량 평가의 어려움 등을 한계로 지적했다.
반면 대학별 논술고사는 학교 교육과정으로 준비하기 어렵고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봤다.
교사(506명)·학부모(509명)·고등학생(520명)에게 시행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모든 집단은 '새로운 전형의 필요성'에 대한 점수를 묻자 평균 3.8점(1∼5점)을 줬다. 현행 대입 전형의 타당성 점수(3.3∼3.4점)를 웃도는 수치다.
이 교수는 두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행 수능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역량 평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미래 입시 제도에서는 대입 전반에서 수능의 비중을 낮추고 자격시험으로의 역할 변화가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또 논·서술형 문항을 통해 공정성이 담보되는 대입제도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교육과의 연계, 균일한 난이도의 문항 출제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공통 출제하되 시간과 예산, 인력 절감 차원에서 합숙 형태보다는 문제은행식 출제 시스템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학별로 응시자를 채점하고 전형에 활용하면 주관성 논란을 완화하고 대입 일정 운영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토론회에 앞서 열린 국교위 제42차 회의에서도 수능에 논·서술형 문항을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학생과 학부모, 교육 관계자 등으로 이뤄진 국교위 국민참여위원의 60%가 수능에 논·서술형 문항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국교위는 전했다.
이날 대토론회에서 지은림 경희대 학무부총장은 고교 내신에서도 논·서술형 평가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 부총장은 "정답을 찾아야 하는 선택형 평가에서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기를 수 있는 수행평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소수점으로 등급을 구분하는 석차등급제가 아닌 학생이 노력한 만큼 평가 받는 성취평가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취평가제로 인한 변별력 약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선 대입에서 학생의 정량자료(교과 성취도)와 정성자료를 함께 활용하면 될 것으로 봤다.
국교위는 2026∼2035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에 대입 개편방안을 포함할 예정이다. 여기서 나오는 개편안은 2032학년도 대입에 적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국교위는 이번 달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초안을 내고 3월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내홍으로 자문 기구인 전문위위원회가 파행되고 새로 구성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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