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차관 "아프간 국민 절반이 부당한 처우로 권리 박탈당해"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탈레반 고위 인사가 여성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금지한 탈레반 최고지도자에게 공개적으로 정책 변화를 촉구해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 외교부 정치 담당 차관인 셰르 압바스 스타닉자이는 지난 18일 남동부 호스트주에서 열린 종교 행사에서 공개 연설을 통해 여성 교육을 막을 이유가 없다며 "과거에 그럴만한 이유가 없었던 것처럼 지금도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를 언급하며 "교육의 문을 열어줄 지도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스타닉자이 차관은 또 여성에 대한 탈레반의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며 "4천만 인구 중 2천만명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으며 그들의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의 권리는)이슬람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개인적인 선택과 본성"이라고 강조했다.
스타닉자이 차관은 탈레반 고위 인사로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외국군을 완전히 철수하도록 결정한 회담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도 여성 교육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으나 최고 지도자 아쿤드자다를 직접 언급하며 정책 변경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남아시아 담당자인 이브라힘 바히스는 스타닉자이 차관이 종종 여성 교육이 모든 아프간 여성의 권리라고 주장해왔다면서도 "이번 발언은 그가 공개적으로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현재 방식의 정당성에 의문점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진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재집권한 뒤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해석해 여성이 중학교 이상 교육받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또 취업이나 남성 보호자 없는 외출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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