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산업계 대부분 '흐림'…원자재가·해외투자 이중고

연합뉴스 2025-01-20 14:00:10

조선·자동차·기계만 '대체로 맑음'…고환율 장기화시 역풍 우려

"트럼프 시대 고환율 기조 이어질 듯…정부·업계 대비책 필요"

환율 상승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고환율 기조로 수출 효과에 대한 기대감보다 원자재 수입 비용 및 해외 투자비 상승에 따른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국내 산업 전반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시대를 맞아 당분간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율 리스크'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주요 업종별 협회 12곳과 '고환율 기조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기상도로 표현한 결과, 바이오·반도체·배터리·철강·석유화학·정유·디스플레이·섬유패션·식품산업은 '흐림', 조선·자동차·기계산업은 '대체로 맑음'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공장 시설 둘러보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 바이오, 비용 부담↑…철강·석화·정유, 업황 부진에 '한숨'

제약·바이오 산업은 원료의약품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고, 해외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고환율에 대한 비용 부담이 크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바이오시밀러·위탁개발생산 업체의 수출분에 대해선 환율 효과가 있지만, 국내 기업 대부분은 수입 원가 상승과 연구개발(R&D) 투자 비용 증가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과 석유화학, 정유산업은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 고환율까지 덮치며 채산성 및 재무구조 악화가 우려된다.

한국철강협회는 "철강 수요 산업 부진 및 중국 과잉 생산에 따른 수출단가 인하로 환율 상승의 혜택을 제한받는 상황에 철광석, 연료탄 등 원자재 부담마저 높다"고 진단했다.

한국화학산업협회는 "환율 상승이 매출 증가 및 무역 수지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수급 불균형 등 업황 부진 상황을 고려할 때 환율 상승이 수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대한석유협회는 "원유 수입 시 은행이 우선 수입처에 대금을 지급하고 일정 기간 후 정유사가 은행에 대금을 상환하는 구조인데, 환차손이 발생해 경영 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며 "위기 상황이 지속된다면 설비가동률과 투자 축소 가능성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제조현장 둘러보는 안덕근 장관

◇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해외투자비 상승 가능성

반도체와 배터리, 디스플레이산업은 고환율에 따른 제조 원가 부담과 함께 해외 공장 등 해외 투자비 상승을 우려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환율 상승에 따른 단기적 매출 증대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반도체 분야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율이 30% 수준으로 생산 원가가 증가하고, 국내 주요 기업이 미국 등 해외 반도체 제조 공장 설립에 투자하기 때문에 매출 증대 효과가 상쇄된다"고 봤다.

한국배터리협회는 "고환율에 따라 시설 투자 비용과 수입 원자재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배터리업체들은 광물과 배터리의 판매가격을 연동하는 계약을 통해 환손실을 만회하려는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베트남 등 해외 제조 공장의 건설비와 장비 구매액이 늘면서 업계 부담이 커지고, 국내에선 노광장비 등 수입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의 구매 비용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섬유패션산업은 10인 미만 영세업자가 많아 환율 상승에 따른 타격에 더 민감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원부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중소업체는 고환율 지속 시 생산 부진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식품산업도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지적했다. 국내 식품제조업의 국산 원재료 사용 비중은 31.8%로, 밀, 대두, 옥수수, 원당 등 주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주요 식품 원자재의 수입 관세를 일시적으로 인하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 부두

◇ 조선·자동차·기계는 '대체로 맑음'…장기화시 역풍 우려

수출 비중이 높은 조선, 자동차, 기계산업의 경우 고환율에 따라 긍정적 측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원가 상승, 수요 위축 등 역풍이 생길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LNG운반선의 핵심 설비인 화물창 기술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산업계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고환율 장기화시 원가 상승 압박으로 환율 상승의 긍정적 효과가 반감되고, 자동차 내수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는 "고환율이 지속되면 원자재 조달 비용 증가, 투자 감소 등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크게 주는 '불황형 흑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국내 경제가 고환율 파고에 휩쓸리지 않게끔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미국 등 주요국과 통화 스와프라인 확대, 환율 피해 산업에 긴급 운영 자금 및 금융 지원 제공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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