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외무장관 해명 "트럼프 본인이 공개적으로 밝힌 방침 많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주재 독일 대사가 본국에 보낸 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집권기에 미국의 기본적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할 것이라고 전망한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 대외비 보고서를 읽었다며 18일(현지시간)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 정세 브리핑 보고서는 14일 자로 작성됐으며 안드레아스 미카엘리스 주미 독일 대사의 서명이 되어 있다.
보고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2기 임기 의제로 "최대 파열"(maximum disruption)을 설정했다고 평가하면서 "헌정질서를 재설정(redefinition)해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하고 의회와 연방을 구성하는 주들의 권력은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럴 경우 "기본적 민주주의 원칙과 견제와 균형은 대부분 훼손될 것이며, 입법부, 법 집행 당국, 언론은 독립성을 박탈당하고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고, 빅테크(정보기술 대기업)들은 공동통치 권력(co-governing power)을 받을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예상이다.
보고서는 트럼프가 추구하는 의제를 더욱 진전시키려고 시도하는 경우에는 미국 사법부, 특히 연방대법원이 중심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법원이 최근 대통령 권력을 확장해주는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대법원을)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이들도, (대법원이) 최악의 사태가 생기지는 않도록 방지하는 역할은 해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카엘리스 대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정치적·개인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을 장악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를 통해 이민자 대거 추방, 적으로 인식한 인사들에 대한 보복, 본인과 측근들의 사법처리 면탈 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각 주들에 대해서도 폭넓은 법적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으며 "'내란'이나 '침략'이 벌어졌다고 일단 선언되면 국내 경찰 활동에 군을 배치하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1878년 제정된 '포세 코미타투스 법'(국가권력법)은 연방군을 국내 치안유지나 법 집행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원칙을 천명하되, 일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미카엘리스 대사는 또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재정의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트럼프와 엑스(X·옛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가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과 언론매체들을 침묵시키려는 시도를 이미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가지 방법은 소송을 이용하는 것으로, 형사 소추와 허가 취소를 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계정을 정지시키는 것이다"라고 보고서에 썼다.
트럼프 정권인수팀은 이런 평가와 관련해 즉각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로이터 통신이 보고서 내용을 공개한 다음 날인 19일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부 장관은 "우리(독일 정부)는 (미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계속해나가겠지만, 물론 우리 자신의 이해관계도 계속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어보크 장관은 독일 공영 ZDF 방송 인터뷰에서 미카엘리스 대사의 보고서 내용에 관해 질문을 받고는 대사는 본인이 해야 할 업무를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어떤 일을 하려는지는 상당수가 당선인 스스로 공개적으로 밝힌 바라고도 지적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현 독일 정부는 작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래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직접적 공개 비판을 자제해 왔으나, 이번 대외비 보고서에는 고위 인사의 솔직한 평가가 담겨 있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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