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필자가 오랜 시간 존경해온 연극 연출가 임영웅 선생이 지난해 5월 타계했다. 홍대 앞 소극장 산울림을 지날 때마다 임 선생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올해는 산울림의 개관 40주년이다. 그동안 10주년, 20주년, 30주년 때마다 산울림의 개관 기념공연을 열심히 찾아다녀 왔다.
물론 하나하나 좋은 연극이다. 임영웅 선생과 그의 부인 번역가 오증자 선생의 생각이 많이 난다. 임 선생이 부인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 바탕에 있던 터에다가 산울림의 전옥란 기획실장의 유혹과 자랑에 도취해 필자 또한 거의 모든 공연을 봤던 것 같다.
임 선생은 필자와는 특별히 가까웠다. 특히 20년 전 산울림 20주년 기념공연 때 축사했던 기억이 난다.
극단에서도 필자를 늘 식구처럼 대해 줬다. 말하자면 자주 찾아다녔다는 죄로 가까워졌고 가까워진 죄로 20주년 축사를 하게 됐다.
임 선생이 비록 손숙·박정자·윤석화 세 배우만을 좋아하신다고 소문이 나 있기는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정말 도저히 임 선생의 산울림이 아니면 못 해 낼 공연도 있었으니 그 점이 반갑고 믿음직했다.
그 중 '고도를 기다리며'는 1969년부터 50년간 1천500회 이상 공연하며 22만명이 넘는 관객을 만났다. '고도를 기다리며'도 그랬고,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도 그랬던 경우다. 특히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같은 어려운 작품은 임 선생만이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것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다.
관객 동원을 생각만 해도 누가 감히 그 지문도 없는 연극을 관객에게 내놓을 수 있었겠는가.
임영웅 선생의 연출도 좋았지만, 원작도 워낙 수준이 높은 데다 선생의 아들인 임수현 서울예대 교수의 번역과 드라마트루그도 좋았다.
특히 김철리·박용수 두 성격배우의 열연이 눈부셨다.
개인적으로는 윤석화 선생이 출연한 '영영이별 영이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김별아의 원작이 훌륭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특별히 윤 선생의 가슴을 치는 명연기는 많은 관객을 울리고도 남았다.
이제 40주년을 바라보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소극장 산울림을 위해 필자가 전하고 싶은 덕담은 산울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힘든 연극인을 위해 앞으로가 도약의 시대가 됐으면 하는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우리나라 연극계는 그간의 어려움 속에서도 실력과 경험으로 크고 깊은 내공을 쌓아 왔다고 생각한다.
연극인 출신의 문화부 장관도 배출했고 이륙을 위한 가속에 들어갔다고 본다.
또 누가 알겠는가. 연극 한 편으로 1천만 명 관객을 동원할 공연을 기대해 보지 말란 법은 없는 것 아닌가.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오늘따라 임영웅 선생이 무척 그립다.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독립기념관·코엑스·태백산맥기념관·국립국악당·통일연수원·남양주종합촬영소 등 설계.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삼성문화재단 이사,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 등 역임. ▲ 한국인권재단 후원회장 역임. ▲ 서울생태문화포럼 공동대표.
* 자세한 내용은 김원 건축가의 저서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 '꿈을 그리는 건축가', '못다 그린 건축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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