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尹 11전11패…법꾸라지 전략의 태생적 한계

연합뉴스 2025-01-20 11:00:10

강골검사 대신 법기술 총동원했으나 연전연패

이재명 탓 하지만 국민정서에 안맞아…전략 변경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미꾸라지는 가성비 높은 국민 보양식 재료이지만, 사람에 비유할 땐 죄다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한 사람의 잘못으로 집단 전체가 욕을 먹을 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 하고, 남들이 어려운 일을 할 때 혼자 요리조리 피해 다니면 '하는 짓이 미꾸라지 같다' 한다. 과거 변변치 못했던 사람이 벼락 출세해 잘 난체 하면 '미꾸라지가 용 된 주제에' 하고 깎아내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어퍼컷 세리머니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법꾸라지'라는 말이 퍼지며 미꾸라지에 대한 편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법꾸라지는 법조인과 미꾸라지의 합성어로, 풍부한 법 지식을 동원해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여론을 오도하는 법조 출신 정치인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사법리스크를 용케 헤쳐나가고 있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여권이 법꾸라지라고 비난을 퍼붓던 차에 내란죄 수사와 탄핵 재판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법꾸라지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와의 재판 형평성과 무죄추정 원칙상 윤 대통령으로선 억울한 노릇일 수 있지만, 국가원수가 돼서 절차가 맞네 틀리네 하고 쫀쫀하게 다투는 모습은 국민의 눈높이와 법 감정에 맞을 수 없다.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투덜대는 듯한 태도가 '법 없이'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통할 거라 보는 것인지 궁금하다.

검사 시절 박근혜 정권의 핍박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결기로 맞섰던 윤 대통령은 소위 적폐수사로 수많은 보수진영 인사를 감옥에 넣고 문재인 정권의 실세들을 법의 심판대에 올렸다. 수백명을 싹 잡아 가두는 과정에서 여러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유력 대권주자였던 조국도 패가망신을 당하며 대선 출마 길도 막혀버렸다.

서울 구치소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

인정사정 보지 않는 '강골검사'의 직진 스타일이 대통령이 되는 데 결정적 한방이 됐다는 건 천하가 다 안다. 그런데 탄핵정국 들어 능수능란한 법기술자 같은 태도를 견지하면서 '원래 저런 사람이었어?' 하는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0'의 승률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구속영장 발부를 포함해 윤 대통령 측이 지금까지 법원과 헌재에 낸 온갖 심사와 신청은 '11전 11패'의 결과를 냈다. 법조계에서 미꾸라지 전술이 되레 패착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이야말로 그 특유의 인파이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는 코너에 틀어박혀 눈치 보지 말고 링 중앙으로 나와 어퍼컷을 날리라는 주문인 셈이다. 상대 펀치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기회를 엿보는 현란한 아웃복싱으로는 될 일도 안될 것 같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