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장벽 현실화하나…트럼프2기 행정명령 앞두고 국내기업 촉각

연합뉴스 2025-01-20 11:00:09

보편관세 도입시 韓경제 직격탄…기업들, 생산지 조정 등 대응책 마련

에너지 정책 변화에 정유업계 기대감…전기차·반도체법 지원책 변화 예상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 각종 행정명령을 대거 쏟아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이 그간 수차례 공언한 바와 같이 '관세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세 장벽' 현실화에 대한 대응책을 점검하는 모습이다.

취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CG)

AP통신 등 일부 외신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첫날 발표할 행정명령과 관련 조치가 100건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이중에 보편 관세 관련 조치가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대선 승리 후인 지난해 11월 25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는 취임 당일에 중국에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4일에는 관세와 수입세 등을 징수할 '대외수입청'을 별도 신설한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보편 관세가 현실화하면 수출이 핵심 동력인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보편관세 20%와 대중국 관세 60%를 부과할 때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최대 448억달러(약 65조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 트럼프 취임일 시행될 주요 행정명령

특히 미국의 관세 조치 이후 제3국의 보복관세가 잇따를 경우 글로벌 무역 질서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미 수출뿐 아니라 국내 기업이 제3국에서 구축한 공급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천연흑연 등 전기차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중국의 채굴·가공 비중이 높고 단기간 내 공급망 다변화가 어려워 미국에 이미 투자한 우리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 케레타로 공장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의 전초 기지로 멕시코에 진출했던 국내 기업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서 가전 공장과 TV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며, LG전자도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기아도 몬테레이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연간 25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생산지 조정 등의 대응 전략을 세우고 관세 등 통상 정책 변화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고환율 등 이슈별로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최적의 대응책을 찾는 '플레이북'(Playbook)을 준비한 상태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좌)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장려한 '바이든 지우기'에 초점을 맞춘 만큼 석유 및 천연가스 시추 확대 등 에너지 관련 내용도 행정명령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7일(현지시간) 바이든 정부가 대서양과 태평양, 멕시코만 등 미국 연안에서 신규 원유·가스 개발을 금지키로 한 것에 대해 "(취임) 즉시 뒤집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정유업계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원유 증산에 들어가면 유가가 하락해 국내 정유사들은 일시적으로 재고평가손실을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제마진이 상승해 수익선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에너지 개발 확대 관련 행정명령이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하락을 유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그 경우 미국 물가 및 미국 국채금리 하향 안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취임 앞둔 증시 상황은?'

향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전기차 세액 공제 제도와 반도체법 등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기차와 반도체 투자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수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현실화할 경우 이미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의 영향이 불가피하다.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이 차기 행정부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미 보조금이 확정됐다고 해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관세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미국 제조 공급망에 대한 한국 기업의 기여도를 적극 설득해 면제를 이끌어내고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대미 수출기업은 미국 내 수입자와의 협력을 통해 관세 조치가 미국 내 생산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적극 소명하고 미국에 기투자한 기업은 고용창출, 세수 등 미국 경제 기여도를 적극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업계와 현지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미국 각 지역 주지사, 상·하원 의원 등 주요 인사들에게 한국 기업의 현지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기술·공급망 협력 등 긍정적 활동·효과를 소개하고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KBS 일요진단 출연한 최태원 회장

국제 경제 질서가 급변하는 만큼 수출 주도형 모델을 바꿔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수십년간 활용했던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은 현재의 무역 질서에서 과거처럼 작동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경제 연대, 해외 투자와 소프트파워 등 대체 모델, 해외 시민 유입 등을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