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트럼프 취임 1호 명령' 이민자 추방에 "재앙될 것" 우려

연합뉴스 2025-01-20 10:00:11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이들이 정책비용 치른다"

과거에도 "저 사람 기독교인 아냐" 국경장벽 등 비판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호 행정명령으로 불법 이민 추방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19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방송사 노베(Nove)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사실이라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가난하고 가련한 사람들이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트럼프 당선인이 불법 이민자 추방 계획을 추진한다면 "수치"가 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첫날인 20일 내놓을 행정명령 관련 조치가 100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호 행정명령'은 불법 이민자 문제와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자 교황이 이례적으로 강력한 비판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놓을 행정명령은 비자 등 서류를 갖추지 못한 외국인이 남부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전면적으로 막는 동시에 미국 내 불법체류자들을 추방하기 위한 조치 등이 거론된다.

현지언론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은 취임식 다음날인 21일 미국 진보진영의 아성인 시카고에서 시범적으로 집행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범죄 경력이 있는 이민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미등록 이민자를 대상으로 삼는 광범위한 단속이 이뤄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에도 트럼프 당선인의 강경하고 엄격한 이민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교황은 2016년 멕시코 순방에서 돌아오는 길에 당시 미국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트럼프 당선인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공약과 관련,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고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어디에 있건 간에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7년에는 교황청이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를 잇는 다리를 만들어야지, 벽을 세워서는 안 된다"라고 우려한 바 있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