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거 환자도 마중 나와…석방된 3명 건강 양호한 편, 1명 손가락 2개 잃어
(라마트간=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가자지구 땅굴에 갇혀 15개월 넘도록 고초를 겪은 이스라엘 인질 3명의 귀향길은 극적이었다.
휴전 발효 첫날인 19일(현지시간) 오후 8시 30분께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동남쪽 라마트간 지역에 위치한 셰바의료센터 사프라어린이병원 위로 적막을 깨는 프로펠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합뉴스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손에 끌려갔다가 이날 휴전 합의로 풀려난 여성 3명을 태우고 온 이스라엘군 헬리콥터가 석방 절차 시작 4시간여만에 도착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취재했다.
병원 출입구 앞에 서서 한참을 기다리던 100여명은 헬기에서 내린 인질을 태운 앰뷸런스가 눈앞에 다가오기 시작하자 일제히 환호를 터뜨렸다.
팔에 링거줄을 꽂은 채로 마중나온 환자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앰뷸런스는 곧장 별도 통로로 향하는 가림막 뒤로 모습을 감췄지만, 분홍색 후드티를 입은 젊은 여성들은 한참 자리에 남아 히브리어로 '사랑해요'라고 손수 적은 플래카드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축하의 노래를 불렀다.
이날 로미 고넨(24), 에밀리 다마리(28), 도론 스테인브레처(31) 등 첫번째 석방 대상들이 무사히 이스라엘로 돌아왔지만 그 과정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특히 이날 오후 5시께 가자시티 광장에서 이들을 태우고 나올 예정이던 국제적십자사 차량을 팔레스타인 주민 수천명이 에워싸는 영상이 팔레스타인 매체를 통해 공개되면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적십자 차량은 복면 차림의 하마스 무장대원의 호위를 받으며 이스라엘군에 인계됐고, 인질들은 먼저 국경 부근에 임시로 설치된 시설로 이동해 각자의 어머니와 해후하고, 간단한 의료 검사를 받은 뒤 고국으로 향했다.
이들 건강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다마리는 왼손 중지와 약지가 잘린 상태로 확인됐다. 납치되던 날 하마스 총격에 손가락 2개를 잃은 것이다.
인질들이 남은 가족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병원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인질과 가족 사생활을 지켜주고자 비교적 오가는 사람이 적은 어린이병원을 입원·치료 장소로 골랐다고 밝혔다.
한편 하마스는 이날 인질 3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의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팔레스타인인 90명을 이스라엘에서 넘겨받는다. 풀려나는 수감자는 여성 69명, 10대 소년 21명이다.
하마스는 앞으로 42일간 이어질 휴전 기간 이스라엘 인질 90여명 중 이날 풀려난 3명을 포함해 총 33명을 석방할 방침이다. 이스라엘군은 그 대가로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30명 이상을 풀어주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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