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민주주의…신간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연합뉴스 2025-01-20 08:00:10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선동가들은) 가짜 정보를 활용해 대의 정부와 자유 언론, 독립적 사법부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훼손한다. 또 부정 선거를 주장하고 설득하면서 시민들이 선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바버라 F. 월터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 정치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한 저서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열린책들)에서 '민주주의가 위기에도 금세 회복할 수 있는 안정성을 가졌다는 믿음은 오판이었다'고 지적한다.

내전, 정치적 폭력, 테러리즘 분야를 수십 년간 연구해 온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민주주의의 퇴보와 정치적 불안정을 경고한다. 그는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선동가들에 의해 독재(autocracy)와 민주주의(democracy) 사이의 중간 상태인 '아노크라시'(anocracy)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과 유럽의 오랜 민주주의 국가들조차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저자는 최근 20년간 세계적으로 내전 발발 횟수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민주주의의 최선봉 국가로 여겨지는 미국조차 아노크라시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책은 2021년 미국 의사당 습격 사건을 주요 사례로 든다. 대선 결과를 부정하며 극우 세력이 벌인 이 사건은 미국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상 초유의 시위대 점거 사태 빚어진 미 의사당

특히 가짜 정보를 양산하는 소셜미디어가 시민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가짜뉴스와 극단주의적 담론은 사회적 분열을 심화하고, 정치적 파벌화를 가속화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유고슬라비아 내전과 이라크의 시아파와 수니파 갈등, 북아일랜드 분쟁 등을 사례로 내전의 발단이 되는 주요 요인도 분석한다. 이들 갈등의 공통점은 특정 집단이 상대 집단을 지배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여기에 '파벌화'(factionalism)와 '극단주의'(extremism)가 사회를 더욱 분열시키고 폭력의 가능성을 높이는 촉매제가 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내전의 초기 신호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전은 갑자기 일어나지 않고 점진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정치적 리더십과 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해 사전에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네 가지 징후도 제시한다. 바로 '특정 집단의 정치적 배제'와 '제도의 약화', '소셜미디어를 통한 분열의 확산',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정한 선거 제도'와 '시민 교육', '법치주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유강은 옮김. 336쪽.

불법폭력사태의 흔적들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