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여 얼른 분간이 안 되는 상태를 일컬어 알쏭달쏭하다고 하잖아요. 아리송하다고 하거나 아리까리하다고도 하지요. 아리까리는 일본어 영향을 받은 말이어서 표준어는 아닙니다. 운율이 있어서 말맛 좋고 사용 빈도도 무시하기 어려운 낱말이 몇 개 있습니다. 함께 낚아봅시다. 들어갑니다.
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남을 나타내는 말이 있습니다. [곰비임비]입니다. "길을 조여 갈 까닭도 없겠지만 물과 바위가 좋다고 쉬고 단풍이 곱다고 쉬고 곰비임비 쉬어서 일백삼십 리 길을 사흘에도 해동갑하여 왔다"≪홍명희, 임꺽정≫. 예문이 어렵네요. 거듭 되풀이하여 쉬면서 이동했다는 취지만 기억해도 좋겠습니다. 해동갑은 해 질 무렵을 의미합니다. 곰비임비는 거듭, 계속, 지속해서 느낌의 뜻을 나타낸다고 외웁시다. 술을 곰비임비 마셔대다간 쓰러질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합니다.
하는 행동이나 말이 갑작스럽고 터무니없다고 할 때 [생게망게]하다고 표현합니다. "최가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건성으로 울고 있던 상제는 서리병아리 같은 상놈 하나가 산신 제물에 메뚜기 뛰어들 듯하더니 읍곡(泣哭)을 하자, 생게망게해서 맥을 놓고 바라보았다"≪김주영, 객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이런 용례도 소개합니다. "병호는 길 건너편에서 반갑게 웃으며 다가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어 머릿속이 생게망게했다".
몹시 힘에 겨운 일을 이루려고 갖은 애를 쓰는 모양을 표현하고 싶을 땐 [애면글면]을 찾으세요. "겉으로 약하고 속으로 강한 사람은, 애면글면하면서도 결국 목적을 달성하는 것 같아요"≪최일남, 그때 말이 있었네≫. "그는 집에 돌아와 자기가 애면글면 장만해 놓은 그릇을 부수었다"≪김유정, 생의 반려≫. "세상에, 이놈의 집구석엔 사람도 없다니까, 애면글면 모은 재산도 애면글면 기른 자식새끼도 다 소용없다니까"≪박완서, 도시의 흉년≫. 이 단어, 쓸모없을까요? 아닙니다. 애면글면 공들여 익히면 나중에 반드시 쓸 기회가 생길 거예요.
[언죽번죽]도 있습니다.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고 비위가 좋아 뻔뻔하다'라는 뜻을 지녔습니다. "탑삭부리는 언죽번죽 얘길 잘하고 꽤나 시원시원하게 선돌을 다루는 것이었다"≪김주영, 객주≫, "언죽번죽 둘러다 붙이는 그 뻔뻔스러운 말버릇도 옛날이나 똑같고…"≪윤흥길, 완장≫, "그녀의 말솜씨는 언죽번죽하여 조롱기가 묻어 있지 않았다" 같은 용례가 있습니다.
[콩팔칠팔]하다는 갈피를 잡을 수 없도록 마구 지껄이다, 하찮은 일을 가지고 시비조로 캐묻고 따지다, 이렇게 두 가지 뜻이 있다고 사전은 전합니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콩팔칠팔 아무렇게나 떠들어 댄다", "어쩌자고 그런 사소한 일까지 하나하나 콩팔칠팔하니?" 같은 쓰임이 가능합니다.
이 밖에도 어금버금하다(비슷하다) 울고불고하다(울다) 차일피일하다(미루다) 등등등. 유사 계통 어휘가 여럿 더 있습니다. 어휘 크기랑 생각 크기는 어금버금하답니다. 이영차! 앞으로도 곰비임비 낚아봅시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신효원, 『어른의 어휘 공부』, 책장속북스, 2022
2. 박영수, 『우리말의 발견』, 사람in, 2023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4. 네이버 국어사전 속 고려대한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