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 구호 차용 주목…"尹, 희생자 자처하며 '싸우겠다' 선언"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외신들은 19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해 일으킨 폭력 사태를 두고 "한국의 정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 AFP 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이날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력 사태를 상세히 보도했다.
로이터는 "새벽 3시께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결정이 알려지자 지지자들이 건물로 몰려들어 진압하려는 경찰을 압도했다"며 "시위대가 입구를 지키는 경찰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고, 내부로 진입해 사무실 가구와 집기를 부수는 장면이 영상에 포착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합뉴스 보도를 인용해 9명의 경찰관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AFP는 수백 명의 경찰관이 법원으로 출동해 "용인할 수 없는 불법적이고 폭력적 행동"이라며 수십 명을 체포했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가디언은 "한국을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정치 위기로 몰아넣은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문을 부수며 법원으로 몰려 들어갔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사태의 전후 맥락을 분석하며 2021년 1월 6일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발생한 미 연방 의회 폭동 사태(1·6사태)를 함께 언급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윤 대통령의 강경 지지 세력은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들의 구호를 차용하고 있다"며 "이는 1·6사태로 귀결된 2020년 미국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FP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별다른 증거 없이 부정선거 의혹을 내세워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고 '도둑질을 멈춰라'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지지자들은 선거 패배를 뒤집기 위해 연방 의회 의사당을 습격했다"고 소개했다.
1·6 사태는 2020년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패배한 트럼프 당선인의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한 극렬 지지자 수천 명이 상·하원의 당선 인증 절차를 막기 위해 의사당에 몰려가 난동을 부린 사건이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트럼프 당선인은 부정선거로 패배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폭력 사태를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FT는 이날 서부지법 사태와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은 자신이 좌파와 친북 세력의 음모의 희생자라고 주장하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약속했다"며 "실패한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국의 정치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AFP도 "윤 대통령은 복음주의 기독교도와 우익 유튜버가 포함된 지지자들에게 '뜨거운 애국심에 감사드린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날 오후 윤 대통령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검찰 출신 대통령'은 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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