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 계열사, 31일 휴일로 지정…일부 기업은 연차 권장
(서울=연합뉴스) 재계팀 = 최근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설 연휴가 엿새로 늘어난 가운데 일부 대기업은 '샌드위치 휴일'인 오는 31일도 지정 휴무 또는 권장 휴무일로 정해 최대 9일간의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업계 전반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트렌드가 확산한 가운데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충분히 가족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27일 임시공휴일, 28∼30일 설 연휴에 이어 31일까지 쉰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도 31일까지 휴무한다.
노사 단체협상에 따라 오는 31일을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휴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등 LG그룹의 상당수 계열사는 오는 31일을 전사 차원의 휴무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연차를 소진할 필요가 없는 유급 휴무일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평소 구성원에게 "바쁘더라도 몸과 마음을 비워내는 휴식을 가져야 미래를 위한 채움에 몰입할 수 있다"며 재충전의 시간을 강조해 왔다.
GS그룹 지주사인 ㈜GS는 취업규칙상 명절 연휴 다음날인 31일이 휴일로 자동 지정됐고 현대엘리베이터는 노사 합의로 휴무를 결정했다. 두산그룹 주력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도 31일을 휴무일로 지정했다.
효성은 오는 31일을 전사가 연차를 쓰는 지정 휴무일로 정해 뒀다. 지정휴무일은 직원들이 매년 일정 일수 이상의 연차 휴가를 사용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권장하는 취지에서 운영하는 제도다.
SK하이닉스도 노사 협의에 따라 설과 추석 연휴 다음날(명절 당일의 다다음날)이 평일인 경우에는 지정휴무일로 운영하고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도 31일 단체 연차 소진 방식으로 9일 연속 휴무에 들어간다.
에쓰오일(S-OIL)은 이미 지난해 말에 올해 업무 캘린더를 공지하면서 오는 31일 전 사원이 연차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9일 연속 쉬도록 정했다. 에쓰오일은 징검다리 휴일마다 연차 소진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워라밸 데이'라는 명칭으로 샌드위치 휴일마다 쉬고 있다.
오는 31일 연차 휴가를 권장하는 곳도 많다.
포스코는 공식적으로 '1월 31일 휴무' 방침을 공지하지는 않았지만, 상당수 직원이 31일에 휴무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작년 1월 '격주 주4일제 선택근로제'를 도입해 현재도 직원 절반가량이 매주 금요일이면 휴무에 들어가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설 연휴 직후 이어지는 금요일에도 상당수 직원이 주4일제에 따른 휴무에 들어갈 예정이며, 나머지 직원들도 근무 조정이나 휴가 사용을 통해 긴 연휴를 즐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샌드위치 휴일에 연차 사용을 권장한다는 사내 메일을 보냈다.
항공업계도 필수 인력을 제외한 직원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31일을 '샌드위치 데이' 휴무일로 지정했고,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은 31일 휴무를 권고했다. 제주항공은 31일을 창립기념일(1월 25일)을 대체한 휴무일로 지정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9일간의 긴 연휴가 이어지는 만큼 전사적 비상근무체제를 갖추고 고객이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자율적으로 휴가를 쓰도록 장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이 각자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연차 휴가를 쓰도록 하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사들도 공동 연차를 쓰거나 휴가를 권장했고, HD현대도 휴가를 장려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휴식을 통한 임직원의 재충전 기회 부여와 업무 능률의 향상을 위해 연차 휴가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롯데건설 등 건설사들도 대부분 공동 연차 등을 사용해 31일까지 업무를 쉰다.
삼성물산과 삼성E&A 등은 연차 사용을 권장하면서도 직원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일부 건설사는 이 기간 건설 현장 가동도 중단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쉬는 경우도 있어 통상 명절 연휴에는 현장도 중단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은 연휴를 앞둔 오는 24일 오후 부산과 울산, 전주, 대구 등으로 향하는 구정버스를 마련하고 이날 업무를 조기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명절 전후 특정일이 공동연차일 등으로 지정돼 직원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연차를 소진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여전히 샌드위치 휴일에 쉬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분위기가 있는 만큼 오히려 회사 차원에서 휴무일로 지정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직원은 선택권이 제한된다고 하지만, 상당수는 눈치를 보지 않고 샌드위치 휴일을 쉴 수 있어 지정휴무일이나 공동연차일로 정해진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장하나 권혜진 김동규 임성호 한지은 홍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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