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메시지·유튜버 선동 등 지목…실시간으로 지지자 동참 유도
'자극적 영상' 유튜브 풍토 속 일부 유튜버 생중계하다 체포도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전후해 서울서부지법에서 일어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법원 난입 폭력 사태는 86명의 현행범 체포라는 충격적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2015년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 때 참가자 100명이 연행된 이후, 이렇게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체포된 사례는 처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집회 도중 대치하던 경찰과 충돌하는 일반적 경우와 달리 흥분한 지지자들이 법원 담을 넘고 유리창을 깨고 판사 사무실에 침입하거나 경찰을 폭행하는 등 '폭동'에 가까운 과격한 모습을 보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꾸준히 논란을 제기해온 유튜브 채널이나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인터넷 게시글이 이번 사태의 과격성을 키웠다고 분석한다.
극우성향 유튜버들은 서부지법 난동 당시 법원 내부로 진입해 지지자들이 판사 사무실 등을 파손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했다. 특히 이들은 폭력 사태가 정당한 '국민저항권'이라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의 동참을 유도했다는 평가다.
일부 유튜버는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행 유튜브 운영 구조상 유튜버들이 결국 구독자 증가와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풍토 또한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조회 수 증가를 위한 콘텐츠 제작을 우선시하다 보니 이번 사태에서도 부정선거론을 주창하고 저항권 행사를 주장하며 더욱 자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 참여자들이 많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디씨인사이드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 등에서도 '무기가 없었기 때문에 폭력 사태가 아니었다'라거나 '몽둥이 들고 가도 되냐'라는 글 등이 수백 건 올라왔다.
현장에서 10∼20대 젊은 남성들이 다수 목격되면서, 이들이 시위대의 과격 행태에 앞장선 '행동대장' 역할을 맡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60대, 70대는 신체적 여건 때문에 과격하게 시위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며 "체력적으로 젊은 사람이 많아지면 분위기도 쉽게 고조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2021년 1월 6일 미국에서 발생한 '의회 의사당 폭동' 사태와 유사하다는 말도 나온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에 불복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시위대를 오히려 선동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정 선거를 주장하고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윤 대통령도 지지자들에게 '평화 시위'를 독려하기보다 변호인단을 통해 집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전한 바 있다.
"많은 국민들께서 추운 거리로 나와 나라를 위해 힘을 모아주고 계신다고 들었다"며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애국심에 감사드린다"는 등의 메시지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간인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량을 공격하고, 법원을 쳐들어간 것은 대한민국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지도자 없는 단순 폭도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구속영장이 잘못된 법원에 청구돼 무효라는 여권 일각의 주장과, '백골단' 같은 과격 청년들에게 국회 회견장을 빌려준 정치인들도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이날 새벽 서부지법 경내에선 경찰과 대치하는 시위대 가운데 백골단을 상징하는 흰 헬멧을 쓴 지지자가 목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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