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입법 막으려 국회의원에게 불법 기부 화물운송단체 유죄

연합뉴스 2025-01-19 15:00:06

부산 법원 깃발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률안 입법을 저지하려고 로비 명목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불법 기부한 화물운송단체 간부들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 장병준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모 화물차운송단체 전 회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고위 간부에게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다른 지역 화물차운송단체 간부 2명과 해당 운송단체 법인에도 벌금 1천만∼1천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2022년께 운수사업자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지입제'를 개선할 목적으로 국회에 발의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의 입법을 저지하려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등 국회의원 5명에게 많게는 4천490만원에서 적게는 1천만원씩 모두 1억1천900만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법인, 단체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청탁하거나 알선하는 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률안 통과를 막기 위해 법인 판공비나 회원들로부터 모은 특별회비로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정치자금 기부의 투명성, 순수성을 훼손시켜 풀뿌리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했다"며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회의원의 권한이 부정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켜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인 입법에 관한 직무 공정성과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시켜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 범행이 국회 입법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 않고 기부된 돈이 반환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