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찾은 법원행정처장 "모든 건 사법절차 내 해소돼야"(종합)

연합뉴스 2025-01-19 14:00:03

"참담한 심정…현장 상황 참혹…판사 신변 지장 없도록 조치 강구"

"판사 30년간 처음…국민 불편 없도록 내일 업무 가능한지 확인중"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서부지법 집단불법 사태 현장점검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19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입 사태가 발생한 서울서부지법을 둘러본 뒤 "참담한 심정"이라며 "모든 건 헌법이 정한 사법 절차 내에서 해소돼야 우리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전국 법원의 사법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대법원 산하 기구인 행정처를 이끄는 천 처장은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법 현장 점검 뒤 기자들과 만나 "법원 내 기물 파손 등 현장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TV로 본 것보다 열배 스무배 참혹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원인이 오가는 법원 청사 1층뿐 아니라 5, 6층 등 판사와 법원공무원이 일하는 위층까지도 피해가 확인됐다고 천 처장은 전했다. 법원 직원들의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 지지 시위대 난입으로 창 파손된 서부지법

그는 "30년간 판사 생활을 하며 이런 상황은 예상할 수도 없었고 일어난 바도 없다.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자 형사상으로도 심각한 중범죄"라며 "비상계엄부터 탄핵에 이르기까지 여론이 많이 분열된 상황이지만 모든 건 사법 절차 내에서 해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천 처장은 "사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재판 업무를 통해 권리를 회복하는 데 있어서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오후부터 밤을 새워서라도 내일 업무가 정상적으로 진행 가능한지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판사들이 신변의 위협 없이 재판을 소신껏 독립적으로 할 수 있어야만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며 "판사 신변에 지장이 없도록 여러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 상황에 관해 묻자 "계속해서 접촉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건강 등에 이상이 없다고 전했다.

윤석열 지지자들 난동 막는 경찰기동대

천 처장은 사태 진압 과정에서 다친 경찰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이번 일로 많은 분들께서 고생하시고 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상황이 속히 정상으로 돌아와서 법치주의가 굳건하게 작동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천 처장은 이날 오전 대법원에서 서울서부지법 시위대 난입 사태와 관련한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법원 보안 대책을 논의한 뒤 현장을 찾았다.

회의에는 배형원 행정처 차장과 실장급 간부, 관련 심의관들이 참석했다.

법원행정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해 난동을 벌이던 이날 새벽부터 관련 상황을 주시하면서 온라인으로 대응책을 논의했다.

앞서 서부지법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 3시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깨부수며 난입해 집기와 시설물을 파손했다.

alrea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