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뉴 갤럭시 AI 구독클럽 서비스 개시…"최신 스마트폰 반값 구매 효과"
LG, 2030년 구독 매출 6조 이상 목표…"케어 서비스 강화"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가전 업계의 구독 시장의 패권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LG전자가 그간의 노하우가 담긴 '케어 서비스'를 토대로 매출 규모를 키우며 '선두 굳히기'에 돌입한 가운데, 뒤늦게 가전 구독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구독 사업을 확대하며 추격에 나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4일부터 갤럭시 스마트폰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뉴(New) 갤럭시 AI 구독클럽' 서비스를 시작한다.
가입 고객은 12개월과 24개월로 기간을 선택할 수 있고, 기기 반납시 최대 50% 잔존가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월 구독료 5천900원으로 최신 갤럭시 스마트폰을 반값에 구매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얻는 셈이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구독을 늦게 시작했지만 취향에 맞게 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어 소비자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안다"면서 "새로운 구독 사업을 이번 달부터 시작하는 것이 있어 기대해도 좋다"고 갤럭시 구독 사업을 예고한 바 있다.
구독은 소비자가 월 구독료를 내고 일정 기간 제품을 사용하는 서비스다. 제품 구매 시 초기 비용을 낮춰 최신 제품을 부담 없는 가격에 사용할 수 있다.
지난달 'AI 구독클럽' 서비스를 선보이며 가전 구독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 구독 서비스 모델의 90% 이상을 AI 제품으로 구성했다.
고객이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케어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올인원'과 '스마트' 등 다양한 요금제를 운영하는 점도 특징이다.
그 결과 구독 서비스 출시 이후 3주간 삼성스토어에서 판매된 가전의 30%가 구독으로 판매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5∼6월 출시 예정인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도 구독 사업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2009년 정수기 렌탈 사업을 시작으로 가전 구독 사업에 뛰어든 LG전자는 2022년 대형 가전으로 구독 대상을 확대한 데 이어 현재는 23종 300여개 제품을 구독으로 판매하고 있다.
오는 24일 출시 예정인 안마의자 'LG 힐링미 오브제컬렉션 안마의자 아르테UP'도 월 4만9천900원(6년 계약 기준)으로 구독할 수 있다. 구독 기간 내 무상 AS와 제품 클리닝 서비스도 제공한다.
기업간거래(B2B) 고객을 대상으로 서빙 로봇, 튀김 요리용 제조 로봇인 튀봇, 전자 칠판 등도 구독 판매 중이다.
지난해 2조원에 육박했던 구독 사업의 매출을 오는 2030년까지 지난해의 3배 이상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LG전자가 내세우는 구독 사업의 핵심 강점은 케어 서비스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CEO) 사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구독 사업의 핵심은 할부가 아니라 케어"라며 "4천∼5천명에 달하는 케어 매니저의 케어 역량, 네트워크, 오래된 경험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구독 고객은 가전을 늘 새것처럼 쓰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케어가 미흡하면 구독의 의미는 사실상 할부 프로모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케어를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하이케어솔루션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2022년 산업인력공단 인증을 받은 '케어마스터' 자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사장)은 "일시불로 판매하던 제품을 구독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제품도 구독에 적합한 제품이어야 한다"며 "구독 적합형 제품과 전문 케어 매니저의 서비스를 무기로 구독 사업에서의 성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전 업계가 구독 사업으로 새 활로 찾기에 나선 것은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과도 무관치 않다.
구독 사업은 프리미엄 제품의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춰 제품 판매를 늘리고 판매 회전율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가전 구독을 포함한 구독 경제 시장은 약 100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주완 CEO는 삼성전자가 뒤늦게 가전 구독 사업에 뛰어든 것에 대해 "그 안에서 경쟁해야 되지만 구독이라는 사업 방식이 한국 시장에서 파이가 더 커질 수 있겠구나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구독 시장 진출로 소비자의 구독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해 매출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이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삼성전자의 가전사업부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새로운 매출을 일으킬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단순히 월 1천∼2천원의 무상 AS를 신청하는 것을 구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구독 사업이 가전 업계의 '게임 체인저' 또는 '유니콘 사업'이 되려면 충분한 인프라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