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동결에 재정난 호소 "교육 환경 개선 위해 올려야"
국립대·일부 사립대만 정부 요청에 등록금 인상 안 하기로
(전국종합=연합뉴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 사립대학들이 정부의 대학 등록금 동결 요청에도 올해 학부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했거나 인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립대학과 일부 사립대학은 정부 요청에 따라 동결을 결정했지만, 교육대학과 상당수 사립대학은 십수 년째 올리지 못한 등록금으로 재정 운영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고 올해는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일부 사립대학은 5% 안팎으로 이미 인상을 결정했고 올릴지 말지를 고심 중인 나머지 대학들도 인상에 무게를 두며 이달 안에 결정할 방침이다.
◇ 지방 사립대 5% 안팎 줄줄이 인상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 요청에도 지방 사립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용인시 소재 4년제 사립대인 단국대는 올해 등록금을 4.95% 인상하기로 했다. 단국대는 지난 8일까지 3차례에 걸쳐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확정했다.
경기 오산시 소재 4년제 사립대인 한신대는 등록금을 약 5.3% 인상하기로 지난해 말 이미 결정했다.
한신대는 등록금 인상에 따른 학생 대표 측 요구안을 받아들여 추후 약 15억원을 학생 지원 활동 등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영남대도 등록금을 5.4% 인상하기로 했다. 이 대학도 2008년 등록금을 인상한 뒤 이후 이를 동결해왔다.
경남 김해 인제대학교도 올해 등록금을 5.48% 인상한다. 2011년 등록금을 3%가량 올린 이후 14년 만이다.
인천지역 사립대학인 경인여대도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3.9% 올리기로 했다,
부산 사립대학들도 올해 등록금을 줄줄이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잇따라 열었던 동의대는 사실상 인상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았고, 동아대도 인상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명대와 경성대도 인상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고, 경기 수원시 소재 4년제 사립대인 아주대도 올해 등록금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대구지역 대학 중 드물게 4.9%를 인상한 계명대는 올해도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결정 못한 대학들도 인상에 무게…이달 중 대부분 결정
등록금 동결 여부를 논의 중인 다른 사립대학들도 대부분 인상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이다.
대구권 사립대학들도 등록금 인상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사립대 관계자는 19일 "물가 상승 등이 계속되는데도 오랜 기간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아 대학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학교뿐 아니라 학생들 의견도 신중히 감안해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도 등록금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심하고 있다.
2012년부터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은 인하대는 지난 8일부터 3차례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진 못했다.
인하대 관계자는 "올해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고 있다"며 "다른 대학의 상황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유일의 4년제 사립 종합대인 울산대는 최근 몇차례 회의를 열고 등록금 동결·인상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남대는 학생·학부모 대표·교수·직원·학교 법인 등 심의 위원들의 찬반 의견이 다양해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배재대도 1차 등록금심의위 회의 후 차기 회의를 앞두고 있으며, 목원대는 오는 20일 첫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고, 건양대도 설 연휴 이후 1차 등록금 심의위를 연다.
청주대, 서원대 등 지방 사립대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등록금을 확정할 계획이다.
지역 한 사립대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 힘든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인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학내 분위기를 설명했다.
◇ 전국 교육대학교도 "올릴 수밖에 없어"
여타 국립대보다 낮은 등록금과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한 지원자 감소로 재정난을 겪는 전국 교육대학교도 올해 등록금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부산교육대학교는 전국 교대 10곳 중 처음으로 2025학년도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 등록금과 비교해 5.49% 올리기로 했는데, 이는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최대치다.
부산교대 측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차례를 빼고 매해 등록금을 동결해왔기 때문에 일반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정이 어렵다"면서 "학생 대표들도 등록금 인상률 결정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진주교육대학교도 모집인원 감소로 올해 등록금을 5.4% 인상하기로 확정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올해 학생 정원이 12% 줄면서 등록금 보전이 필요해 불가피하게 인상했다"고 전했다.
2023년 한 차례 등록금을 인상했던 춘천교대는 올해도 등록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청주교대도 등록금 인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교대 관계자는 "작년에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올해 정원 감소로 인해 수익이 줄어 재정난을 겪고 있다"며 "인상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5% 내외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국 다른 교육대학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인상을 전제로 등록금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광주교대 관계자는 "교대마다 재정 상황이 다르지만 대부분 등록금을 올리는 분위기"라며 "동결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인식이 학교는 물론 학생들에까지 퍼져 있다"고 말했다.
◇ 재정난 호소…인상분, 장학금·시설개선 투입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지방 사립대학과 교육대학들은 그 이유에 대해 십수년간 이어져 온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난과 학령인구 감소 이로 인한 인재양성 어려움, 교육환경 노후 등을 꼽았다.
영남대 관계자는 "10년 넘게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에 어려움이 있다"며 "인상한 등록금은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 서비스 향상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경인여대 관계자도 "고물가 시대 고정 비용 지출이 증가해서 재정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며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최근 발표한 대학총장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현 시점에서 관심을 두는 영역 우선순위(5순위·복수응답)를 선택하도록 한 문항에서 등록금 인상이 지난해 1월 43.7%에서 올해 1월 55.7%로 12%포인트 오르며 순위가 한단계 상승해 인상 필요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부 대학은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장학금을 포기하더라도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해달라고 전하기도 했다.
단국대 관계자는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장학금Ⅱ유형(대학연계지원형)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나, 대학 측이 등록금 인상분을 투입해 이를 자체 장학금으로 전액 보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분을 학생 장학금이나 학교 시설 개선에 쓰겠다고 강조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로 그동안 학내 인프라 개선이 대부분 미뤄져 왔는데 이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많았다"며 "인상분은 주로 교육 환경 개선에 쓸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 지방 국립대·일부 사립대 정부 요청에 동결
국립대와 지방 일부 사립대는 올해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부산대 충남대 전남대 경상대 등 지역거점국립대학들은 정부 동결 요청에 따라 등록금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부경대도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했고, 한국해양대도 마찬가지로 동결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과거 시립대였다가 국립대 법인으로 전환한 인천대도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와 같이 정하기로 했다.
인천대 관계자는 "정부의 등록금 정책에 맞추고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동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한경대·한밭대·창원대도 학생·학부모 경제 부담을 덜어주고, 정부 고등 교육정책 방향 부응 등을 위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일부 사립대도 등록금 동결에 동참했다.
광주의 조선대는 지난해 15년 만에 학부 등록금을 인상했던 만큼 올해 또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지난 6일 1차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어 동결을 결정했고 호남대도 등록금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다만 국립대학들은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교육과 연구에 재정적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며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으로 올리는 재정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고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강태현 김도윤 김솔 김용태 오수희 이강일 정찬욱 천경환 홍현기 여운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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