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부정선거론' 맞닥뜨린 탄핵심판, 국회측 "쟁점과 무관"

연합뉴스 2025-01-19 10:00:09

헌재, 일부 자료확보 나서…쟁점화보다 '공정성 보강' 해석도

소심판정 입장하는 윤 대통령측 법률대리인단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가 12·3 비상계엄의 위헌 여부를 다루다 그동안 보수 진영 일각에서 제기하던 부정선거 의혹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에서 계엄의 정당성을 따지려면 부정선거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 사회에 부정선거 의혹이 팽배해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었고, 이를 이유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주장이다.

윤 대통령 측은 오는 21일 진행되는 3회 변론기일과 23일 예정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증인 신문 때에도 이같은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측은 앞서 지난 14일 헌재에 제출한 62쪽 분량 답변서에서 비상계엄 선포 경위를 밝히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관련' 내용을 별도의 항목으로 따로 뽑아 자세히 설명했다.

16일 열린 2차 변론에서는 배진한 변호사가 "수원 (선거)연수원에 있던 중국인 90명이 미국 오키나와 미군 부대 시설 내에 갇혀서 조사받고 부정선거에 대해 자백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런 정도의 의혹이 발생했다"며 "그것을 밝히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주장은 꾸준히 부정선거론을 주장해온 한 매체가 당일 오전 보도한 내용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가 해당 내용에 곧바로 "계엄 당시 선거연수원에서 숙박 중인 중국인 해커 90명이 계엄군에 의해 체포됐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 보도자료를 냈지만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정에서 해당 주장을 거듭 제기한 셈이다.

배 변호사에 이어 차기환 변호사도 비슷한 주장을 반복하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으로부터 제지당하기도 했다.

심판정에 앉은 헌법재판관들

헌재는 부정선거론의 실체를 가리기 위해 증거를 확보하겠다는 윤 대통령 측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2020년 총선을 전후해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에 체류한 중국 국적 사무보조 명단, 국정원·대통령실 등의 선관위 보안점검 관련 문서 등을 확보하기로 했다.

헌재는 자료가 제출되는 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윤 대통령 측 주장이 타당한지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는 부정선거론의 총체를 확인하려는 의도라기보다 심판의 절차적 공정성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속한 재판을 요구해온 국회 측은 자칫 탄핵심판의 핵심과 거리가 있는 부정선거론을 다투느라 심리가 길어질까 우려한다.

국회 측 대리인단 김진한 변호사는 2차 변론 종료 후 취재진에 "선거 부정은 (탄핵심판 쟁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2차 변론이) 선거 부정에 관해 길게 얘기하는 마지막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제까지 일각의 음모론으로 치부되던 주장이 헌재 심판정에서 중대하게 다뤄지고 전 국민에게 마치 실체가 있는 것처럼 전파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황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들이 의혹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재판부에서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해주는 정도로는 다룰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불필요하게 시간을 소요하면서 끌려가는 것은 탄핵심판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wat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