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 기간 길어져…"환율 부담으로 국내 선택"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오사카 비행기표가 50만원이 넘더라고요. 집에 있자니 아쉬워 속초로 2박3일 가기로 했어요."
"모처럼 연휴가 길어 유럽에 가볼까 했는데 환율이 부담되더라고요. 기분이라도 내게 호캉스 가려고요."
19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국내 여행지가 들썩이고 있다.
직장인의 경우 설 연휴(28∼30일)에 이어 금요일인 31일 연차를 하루 쓰면 주말을 끼고 최장 9일(1월 25일∼2월 2일)을 쉴 수 있다.
강원도 강릉과 속초, 부산 등 주요 관광지의 호텔들은 설 연휴 기간 예약률이 이미 100%를 기록하거나 곧 만실이 예상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설악, 거제, 해운대, 경주 등 주요 지점 객실이 대부분 만실이다. 특히 거제와 해운대는 다음 달 1일까지 투숙률이 100%(만실)를 기록하고 있다.
이랜드파크 켄싱턴호텔앤리조트의 강원지역 호텔과 리조트는 작년 설 연휴 대비 예약 속도가 10% 이상 빨라지는 추세를 보여 '조기 만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와 설악비치는 지난해 설 연휴 대비 객실당 평균 투숙 기간이 1∼2일 늘어나는 등 긴 연휴 동안 여유로운 장기 여행을 즐기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켄싱턴리조트 평창은 설 연휴 기간이 지역축제인 평창 송어축제 기간과 겹치면서 평균 90% 예약률을 보인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설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25일부터 웨스틴조선부산, 그랜드조선부산, 그랜드조선제주 등이 90% 이상의 높은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도 롯데리조트 속초는 연휴 후반부인 오는 27∼30일 예약률이 85%까지 올라갔다.
호텔신라는 대체공휴일 지정 이후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 객실 예약률이 두 자릿수 이상 높아졌다.
여행사의 국내상품도 수요가 높다. 모두투어의 1∼2월 예약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임시공휴일 지정 이후 설 연휴를 활용한 국내 여행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맞춰 여행사들이 국내 여행 기획전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연휴가 길어 해외로 많이 떠날 줄 알고 걱정했지만, 예상보다 예약률이 높다"며 "임시공휴일 지정이 연휴 직전에 이뤄져 미처 비행기를 끊지 않았거나 비용 부담 때문에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이번 연휴가 워낙 길다 보니 미리 해외여행을 계획한 사람들도 많지만, 인원수가 많거나 어린이나 고령자가 있는 가족 단위는 환율이나 최근의 비행기 사고 때문에 해외 대신 국내를 선택하는 사례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도심 호텔들에선 예년과 같이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찾는 고객들의 예약이 차고 있다.
다만 지역 관광지처럼 지난해 설날보다 객실이 빠르게 차거나 예약률이 예년보다 높지는 않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대신 연휴가 길어지면서 호캉스 기간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설 연휴는 주말을 포함해 나흘밖에 안 돼 하루 정도 호캉스를 하는 고객들이 많았으나 올해는 연휴가 길어 해외나 지역으로 떠나는 고객이 늘었고 호텔에 이틀 이상 머무는 투숙객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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