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작년 11·5 미국 대선을 앞둔 미국 사회는 양극단으로 갈라져 있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막판까지 승부를 예상하기 힘든 초접전 양상이 펼쳐지면서 각 진영 지지층이 거의 반-반으로 쪼개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선거 결과에서도 얼추 비슷하게 나타났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7개 경합주를 모두 이겨 선거인단 수에서 312대 226의 '압승'을 거뒀지만, 전체 최종 득표율을 보면 트럼프 당선인은 49.9%,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48.4%로 차이는 고작 1.5% 포인트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승리와 함께 큰 혼란 없이 지나갔지만, 해리스가 승리했다면 2021년 1월 6일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의 미 의회 의사당 난입 사건과 같은 '부정선거' 주장에 입각한 폭력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대선이 끝난 지 두 달이 훌쩍 지난 시점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우선 공화, 민주 양 진영을 대표하는 트럼프 당선인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 사이의 갈등은 지속돼 왔다.
두 사람이 그나마 차분히 앉아 대화하는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대선 8일 뒤인 지난해 11월 13일 백악관 벽난로 앞에서 정권 인수인계 관련 논의를 했을 때뿐이었고, 이후엔 사사건건 충돌했다.
최근 가자지구 전쟁 휴전 협상 타결 이후 두 사람의 언사를 보면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직 우리의 역사적인 작년 11월 대선 승리로 인해 가능했다"며 협상 타결의 공을 자신에게 돌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휴전 관련 연설을 한 뒤 퇴장할 때 취재진으로부터 누가 더 협상 성사에 공이 있는지를 질문받자 "그건 농담인가"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거물급 인사들의 트럼프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도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취임식에는 참석할 예정이지만, 당일 트럼프 당선인이 베푸는 취임 오찬에는 초대장을 받았음에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인사 중에 가장 인기가 많다는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와 당내 막후 실력자로 통하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아예 취임식에 나타나지 않을 예정이다.
이처럼 미국 사회의 분열상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고 대립과 증오 속에 흘러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와 분열상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2022년 3월 대선 득표율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48.56%,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47.83%로 그 차이는 고작 0.73%포인트밖에 나지 않았다.
대선 이후 두 진영은 대화와 관용의 정신보다는 자신들이 내세우는 이념과 가치를 앞세우며 서로를 적대시해왔다.
한 발 떨어져서 한국 사회를 보면, 계엄 및 탄핵 사태는 그 분열의 결과 아닌가 싶다. 향후 4년간 경제나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도 한국의 국정 리더십은 사실상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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