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출석요구 불응·체포영장 집행 저지…조사선 진술 거부
이의·체포적부심 냈으나 기각…막판 직접 소명에도 결국 구속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구속되면서 법집행 기관인 검찰 수장인 검찰총장이라는 대표적 이력과 함께 구속에 이르기까지 보여준 대응 방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1994년부터 20여년을 검사로서 법을 집행했다. 중간에 잠시 로펌 변호사로 다른 길을 걸었다가 선배들의 설득에 검찰로 복귀했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거치며 특수통 검사로 인정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까지 올랐다. 정치권에 입문해서도 일천한 정치 이력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공정'을 내세우는 '강골 검사' 이미지가 핵심 정치 자산이자 트레이드 마크로 통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번 내란 혐의 수사 대응 과정에서 보인 모습은 그동안 보인 법률가의 면모와는 차이가 있다는 관측이다.
'불법 수사·영장 무효'를 주장하며 법 집행기관과 사법부의 절차 진행과 판단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과적으로는 헌정사 최초의 현직 대통령 구속을 부른 악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4일 뒤인 지난달 7일 대국민 담화에서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후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요구에 4차례 불응했다. 공수처가 관저로 보낸 출석요구서는 수취 거절하는 등 아예 우편물 수령을 거부했다.
대신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변호사가 "권한이 일시 정지됐을 뿐 엄연히 현직 대통령 신분"이라며 "어떤 수사든 그 앞에 가서 대통령이 응답해야 하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장외여론전에 나섰다. 대통령의 통치 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서울서부지법이 지난달 31일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뒤에는 영장 효력도 부정했다. 공수처에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서부지법은 관할권이 없으므로 체포영장 자체가 위법·무효라는 취지였다
공수처는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대통령경호처가 인간띠와 차벽을 동원해 관저 접근을 막자 5시간 반 만에 물러섰다.
이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국회 답변에서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일단 승복하는 것이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근본 동인"(7일),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은 존중하는 것이 법치주의 사회에서의 모든 국민들의 의무"(9일)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공수처의 15일 2차 체포영장을 집행에는 결국 응했지만, 윤 대통령은 첫날 조사에서 이름·주소를 묻는 인정신문을 포함한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2일·3일째 조사에는 아예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구치소에 머물렀다.
윤 대통령은 대신 변호인을 통해 수사·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하는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편지를 발표했다.
이런 대응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와 체포영장 집행이 부당하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을 알리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일정 부분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피의자인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영장전담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것은 도주와 다를 바 없다고 간주해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장 집행에 불복한 것은 법적 절차 내에서 수사나 법원 결정의 적법성을 다투는 것을 넘어 형사사법 절차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공수처도 영장실질심사에서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범행을 뉘우치지 않는 점 등에 미뤄볼 때 도주 우려·증거인멸·재범 위험이 있다는 점을 범죄의 중대성과 함께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에 대한 이의신청을 내고 체포 이후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대응 전략이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서부지법은 공수처법상 영장 관할권이 없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이 앞서 서울중앙지법 체포적부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비롯해 여러 차례 기각돼 이번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힘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당초 관할권이 없는 서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심사 당일 변호인단의 건의를 받아들여 직접 출석하기로 결정했다.
관할 위반을 계속 강하게 주장하기보다 주어진 법적 틀 안에서 구속 수사의 부당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법원은 윤 대통령의 직접 소명을 들은 뒤에도 구속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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