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도와달라"며 임명한 尹 8개월만에 구속
취임식 당시 "냉철히 고위공직자 범죄 엄단"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자신이 직접 임명한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이끄는 공수처에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이날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22일 "잘 좀 도와주십시오"라는 격려와 함께 직접 오 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오 처장은 취임 당시부터 고위공직자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취임식에서 "법은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하여 그 편을 들지 않는다"며 "고관대작이라고 하여 법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이란 글귀를 직원에게 소개한 오 처장은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나무가 굽었다 하여 같이 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목수가 나무를 똑바로 자르기 위해서는 먹줄을 굽게 해서는 안 되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사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수처가 설립 취지에 맞게 냉철하게 고위공직자 범죄를 엄단하는 강한 반부패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과거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김수남 검찰총장도 '법불아귀' 문구를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오 처장은 김진욱 1대 처장에 이은 2대 공수처장으로, 김 전 처장과 마찬가지로 판사 출신이다.
그는 낙동고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사법연수원 27기다. 1998년 부산지방법원 예비판사로 공직에 입문해 서울고등법원 판사, 헌법재판소 파견법관, 울산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퇴직 이후 2017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법무법인 금성에서 활동하던 오 처장은 지난해 2월 29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 의해 검찰 출신 이명순 변호사와 함께 최종 후보 2인으로 추천됐다.
윤 대통령은 그해 4월 26일 두 후보 가운데 오 처장을 최종 후보로 지명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법원에서 2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재판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왔다"며 후보 지명 이유를 밝혔다.
이어진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오 처장이 딸에게 재개발 지역의 부동산을 편법 증여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오 처장은 절세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 아파트 하나 정도는 마련해줘야 한다는 소박한 생각에, 또 급박한 상황에서 하다 보니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위가 이뤄진 것에 대해 굉장히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국회에서 사과했다.
일하던 법무법인에서 배우자를 자신의 전담 운전기사로 채용해 2년간 급여를 받게 하고, 2021년 이후에는 아내가 외근 직원으로 일하게 하는 등 약 5년간 2억원 넘는 급여를 챙긴 것과 관련해서는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아내가 송무지원, 운전기사 등 직원 한 명분의 직무를 수행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5월 21일 오 처장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소병철 당시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오 후보자가 대통령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성역 없이 원칙대로 수사하겠다고 밝힌 소신을 존중해서 문제점이 있지만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과보고서에는 오 후보자의 가족 관련 편법 증여, 채용 의혹 등을 근거로 한 '부적격' 의견도 병기됐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 처장의 임명안을 재가했고, 그로부터 약 8개월 뒤 공수처에 체포·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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