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트럼프 불확실성'에 은행 자본규제 연기…"EU, 실망"

연합뉴스 2025-01-19 00:00:26

잉글랜드 은행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중앙은행 잉글랜드은행(BOE)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강화된 은행 자본 규제 시행을 추가 연기하기로 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BOE 건전성감독청(PRA)은 국제 기준인 바젤 3.1에 따른 은행 자본 규정의 시행을 2027년 1월로 이전에 계획한 일정보다 1년 늦춘다고 전날 밝혔다.

바젤 규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은행 건전성 강화를 목표로 세운 국제 기준으로, 각국이 단계적으로 도입해왔다. PRA는 지난해 시행을 6개월 연기한 데 이어 한 차례 더 연기를 결정했다.

PRA는 "미국 내 바젤 3.1 기준 이행 시기를 둘러싼 현재의 불확실성, 그리고 경쟁력과 성장을 고려해 재무부와 협의를 거쳐 이 규정 시행을 추가로 늦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른 미국의 은행 규제 변화 가능성과 영국 성장 촉진 필요성 등 두 가지를 짚은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미 업계 반발에 '바젤 엔드게임'으로 불리는 은행 자본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는 미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내세우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아래에서 더 약화하거나 아예 폐기될 가능성까지 예상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PRA는 이번 연기 결정에 대해 "미국 내 시행을 둘러싼 더 큰 명확성이 나타날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키어 스타머 정부는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해 각 부문 규제 당국에 규제 철폐를 압박하고 있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지난 16일 샘 우즈 PRA 청장을 비롯한 규제 당국 수장들과 회동하며 성장을 위한 규제 변화를 촉구했다.

영국 금융업계는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영국 파이낸스는 "국경을 넘나드는 은행업의 속성상 자본 규정에 대한 국제적 협력이 중요하다"며 이번 결정이 "실용적"이라고 반겼다.

그러나 유럽연합(EU)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EU는 올해부터 바젤3 일부를 이행하기 시작했으며 대형 은행의 역외 영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부 규정은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 측은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다른 지역 상황과 관련해 어떻게 조처할지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지만, 한쪽에선 더 강한 반응을 내비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EU 당국자는 BOE 발표로 "놀라고 실망했다"며 "이는 영국 당국이 지난 10년간 시장 참여자들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높은 기준을 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온 것과 맞지 않는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에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BOE 결정이 '공정 경쟁' 문제를 제기한다면서 "EU가 이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