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성료…국내 바이오 기업들, 비전·성과 제시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세계 최대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1983년 시작돼 올해 43회를 맞은 이번 콘퍼런스에는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 550여개, 참가자 8천여명이 모였다.
한국 기업들도 대거 참석해 사업 비전과 주요 성과를 소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은 행사장인 더 웨스틴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에서 열리는 메인 트랙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와 클래시스[214150], 휴젤[145020]은 아시아태평양(APAC) 트랙에서 발표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도 메인 세션 발표를 진행했다.
◇ CDMO·ADC 강화 공언…새 성장동력에 비만치료제
행사 둘째 날인 14일 무대에 선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6공장 착공 추진을 언급하며 위탁개발생산(CDMO) 역량 확대를 강조했다.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6공장은 5공장과 동일 규모인 18만ℓ 생산능력을 갖춘다. 완공 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생산능력은 96만4천ℓ로 세계 최대 수준에 이른다. 착공 시기는 이사회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같은 날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도 "CDMO를 통해 제2, 제3의 셀트리온을 육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셀트리온은 작년 12월 CDMO 전문기업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출범했다.
서 회장은 10만ℓ 규모 CDMO 공장을 인천, 충남, 충북 중 한 곳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반기 내 공장 부지를 선정하고 하반기 공사를 개시할 계획이다.
16일 발표한 제임스 박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뉴욕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의 CDMO 전환과 송도 바이오 캠퍼스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말 미국 뉴욕 시러큐스에 있는 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시설을 인수했고 지난해 3월 인천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을 착공했다. 1공장은 2027년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한다.
항체·약물 접합체(ADC)도 주목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2월 기계적 완공을 마친 ADC 전용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올해 1분기부터 ADC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생산시설에서 12개월 안에 세포주 개발 단계부터 ADC 원료의약품(DS) 생산까지 마칠 수 있다고 정형남 삼성바이오로직스 ADC 개발팀장은 설명했다.
셀트리온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CT-P70', 방광암 치료제 'CT-P71' 등 기존 치료제를 개선된 바이오베터 ADC 신약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바이오베터는 기존 약에 비해 효능과 편리성을 높인 의약품을 뜻한다.
서 회장 장남인 서진석 경영사업부 대표는 2028년까지 ADC 분야에서 9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제임스 박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도 이번 발표에서 자체 개발한 ADC 플랫폼 '솔루플렉스 링크'를 공개했다.
해당 플랫폼은 ADC 치료제의 주요 단점인 불안정성을 개선하며 다양한 항체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들은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비만치료제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착수한다.
셀트리온 서 회장은 "삼중 작용 경구용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면서 "2∼3년 후 전임상에 진입할 것"이라는 계획을 전했다.
바이오 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의 권규찬 대표는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경구용, 주사제형, 건강기능식품 등 3개 트랙으로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한미약품[128940] 최인영 R&D 센터장도 개별 비만 환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한미약품은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기반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삼중 작용제인 'HM15275'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치료제의 각기 다른 특징에 기반해 심혈관계 위험이 높은 비만 환자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지방간 등에 문제가 있는 환자는 삼중 작용제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게 회사 계획이다.
◇ 기술이전 모색 활발…해외진출 확대도 추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우리 기업이 파트너링 미팅을 통해 투자사를 찾고 기술이전을 모색할 기회도 제공했다.
신약 연구개발 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이정규 대표는 16일 발표에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전태연 알테오젠[196170] 부사장은 이번 콘퍼런스 기간에만 6∼7개 기업과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 기술 'ALT-B4'의 물질이전계약(MTA) 계약을 논의했다고 했다. ALT-B4는 정맥주사(IV) 치료제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그간 알테오젠은 MSD, 다이이치산쿄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대형 기술 수출을 성사했다.
글로벌 협력 및 진출에 대한 소식도 속속 전해졌다.
이동훈 SK바이오팜[326030] 사장은 기자단 간담회에서 남미 최대 제약사 중 하나인 유로파마와 미국 내 조인트 벤처(JV·합작법인)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해당 JV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기반 뇌전증 관리 플랫폼 사업화를 개시할 방침이다.
백승한 클래시스 대표는 올해 슈링크 유니버스 등 대표 제품을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16일 발표했다.
같은 날 에바 황 휴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2028년까지 진출 국가를 톡신 80개국 이상, 히알루론산(HA) 필러 70개국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국내 기업 참여 수와 발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제러미 멜먼 JP모건 헬스케어 투자 글로벌 공동 총괄도 "올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 및 새로운 (미국) 행정부 등장에 따른 정책적 리스크가 존재할 수 있다"면서도 경제가 연착륙을 향해 나아가는 만큼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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